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80%, 간호사 86%가 최근 1년간 폭력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병원 폭력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한국사회 폭력문화의 구조화에 관한 연구(연구원 연성진, 홍영오, 원영신, 이경용, 김왕배)’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병원 폭력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 소재 종합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 83명, 의사 40명, 행정업무종사자 및 의료기사 31명 등 총 1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지난 1년간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간호사가 85.5%, 의사가 80%, 행정업무종사자와 의료기사에서 71%로 나타나 매우 높은 비율을 보였다.
폭력 중에서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물리적 폭력 경험은 10%로 낮았다.
또한 폭력 가해자는 환자가 가장 많았으며, 2위가 환자 가족이었다. 폭력을 당한 의사의 55%는 가해자가 환자와 환자 보호자였다고 응답했으며, 의사가 가해자라는 답변은 7.5%를 차지했다.
동료 직원인 의사와 간호사로부터의 폭력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 의한 것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폭력을 경험한 장소는 간호사의 경우 외래와 일반병동이 많았던 반면 의사는 응급실이 다수를 차지했다.
폭력 경험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위험 수준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한 행동으로는 무시하는 행동을 한 경우가 가장 많아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응답도 많은 편이었다”고 밝혔다.
폭력 예방과 관련해 병원 규정이 마련돼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자 규정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폭력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었다.
이와 함께 폭력예방을 위한 교육 경험 역시 절반 이하로 낮은 수준이었다.
폭력 예방을 위한 책임 인식은 폭력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언어적 폭력 예방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물리적 폭력과 성희롱 등에 대한 예방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병원 폭력 예방에 대한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비율도 폭력 유형과 직종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간호사는 모든 유형의 병원 폭력예방에 대한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의사와 행정업무종사자, 의료기사는 물리적 폭력에 대한 책임만 사업주에게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병원에서의 1차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2차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과 대처, 지원 연결망을 구축하고, 3차 예방을 위해 적절한 사후 조치와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형사정책연구원은 “향후 병원 폭력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시행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