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원외처방약제비를 의료기관에서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강력한 반대의지를 표명해왔던 의료계로서는 "허탈하다"는 반응. 반대로 법안의 시급한 처리를 요구해왔던 정부로서는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실제 법안이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합법적'으로 약제비 환수가 가능해진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로 수십건에 이르는 소송에 휘말려 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법 개정작업이 완료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들에서도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와 공단은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총 94개 의료기관(반환청구액 314억원)과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을 놓고 송사를 치르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 예외 인정', 소위 수정안 받아 들여질까
법안소위가 법안을 의결하면서, 약제비 환수법 개정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그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상임위가 법안의 의결을 거부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
실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은 지난해 말 법안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의원들의 반대로 의결이 무산돼, 법안소위로 되돌려 보내진 전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신상진, 심재철 의원과 민주당 전현희 의원 등은 "최선의 의학적 판단에 의한 처방임에도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그 비용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이에 대한 심도있는 재논의를 법안소위에 주문했었다.
결국 법안소위가 마련한 수정안이 반대파를 설득시킬 정도의 수준인지가 법안처리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법안소위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사항에 대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고 진료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하는 방안에 따라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법률에 신설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경우 급여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도 환수대상으로 삼지 않는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반대여론을 정면돌파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소위는 부대의견으로서 "정부는 의사·치과의사의 진료권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약제 및 치료재료 급여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넣기로 했다.
복지위 이르면 27일 전체회의서 환수법 다뤄…귀추 주목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복지위 한 관계자는 "의학적 타당성을 있는 경우 급여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도 예외로 두자는 것인데, 이 규정 하나만으로 현 급여기준의 문제점과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 부당이득금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의료기관에서 이를 환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급여기준 개선 주문 또한 정부의 이행여부에 달려있는 문제여서 제대로 이루어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동 법안을 상정, 복지위원 전체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