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입증책임을 둘러싼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다툼이 다시금 재현될 조짐이다.
앞서 의료계가 심재철 의원실과의 간담회에서 입증책임의 전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데 이어, 이번에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입증책임 완전 전환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보건의료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15일 성명서를 내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전한 입증책임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심재철 의원의 안이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해오던 주장들만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증책임의 분담 △필요적 조정 전치주의 도입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책임 도입 △형사특례 적용 등 의료계의 안을 모두 담으면서도 17대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할 당시 합의되었던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어 법 제정 취지마저 의심된다는 것.
아울러 이들은 법안에 명시된 입증책임 전환 또한 말뿐인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인의 과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만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 여전히 입증책임의 부담을 환자에게 전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환자나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어렵게 만들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연대는 심 의원측에 법 제정계획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의료계가 주장해오던 내용으로 준비된 법안을 폐기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시민단체는 향후 있을 의료분쟁조정법안의 제정 움직임을 전제로, 입증책임의 완전전환이 불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영역에서 입증책임이 분배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곳이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신생아실, 기관지내시경 검사실 등 밀실로서 환자 측이 임상 경과에 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의료인이 의료 사고 발생 시점을 전후로 한 중요한 임상에 관한 사실관계를 진료기록에 자세하게 기록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입증책임을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의무기록이 추가로 기재되거나 변조, 임의정정,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그 사유를 적절히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혈액검사결과지 등 중요한 검사결과지 등이 누락된 경우 등에도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