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수도권과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등에 3백 병상 규모의 어린이 전문병원 4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대학병원 규모로는 유일한 서울대병원의 어린이병원이 매년 1백억원 가량의 적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4개 병원을 짓는데 약 4천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향후 이에 대한 재원마련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4일 인제대 병원전략경영연구소 이기효 소장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보고한 '어린이 병원 확충방안 연구'를 통해 어린이 전문병원 확충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에서 이기효 소장은 “어린이는 그들의 체형과 심리에 적합한 별도의 치료시설 등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어린이에 대한 보건의료는 장래의 장애 및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비용효과적인 분야”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국공립 전문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는 서울대학교병원내 어린이병원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공공의료 확충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어린이 전문병원의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어린이병원 설립에 나서야 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300병상 규모의 어린이병원을 하나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1천억원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국에 4곳을 짓기 위해서는 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를 담배값 인상분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정부의 공공의료확충 계획마저 엄청난 금액의 재정추계로 인해 그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담배값 인상도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방안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 병원을 짓고난 이후 예상되는 투자비용이다. 어린이병원은 그 특성상 인력이나 장비 확보, 시설유지에 부담이 커서, 수익성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병원급으로는 유일하게 어린이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연간 약 1백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매년 1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기존 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등 운영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국립병원의 공익성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같은 규모의 어린이병원이 5개 정도로 늘어났을 때 매년 발생할 큰 적자폭에 대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재원문제가 나올때마다 복지부가 무슨 ‘만병통치약’인양 내놓는 담배값 인상분같은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선진국의 국공립 어린이병원처럼 지자체 예산 확보나 지역주민과 단체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등 근본적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기효 소장 역시 “어린이병원은 수익성 부족으로 인해 민간부문에 의한 의료의 질 향상이 기대되기 어렵다”면서 국가가 공공의료확충의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