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보자면 의료현장에서 환자는 '갑'-의료인은 '을'의 관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진료현장을 보자면 이둘이 뒤바뀌어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법안이 하나 있다. 병의원으로 하여금 진료시 환자에게, 환자의 권리에 대해 반드시 설명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그것.
법안을 발의한 정미경 의원측은 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권리고지 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의료계는 진료현실을 무시한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 조문 속 잠자고 있는 환자권리, 현실로 끌어내야"
정미경 의원의 법안은 환자가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인과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진료시 환자에게, 환자의 권리를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지 및 게시가 의무화되는 항목은 △진료 받을 권리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 △사생활보장권 △의료행위동의권 △요양방법 및 건강관리를 지도받을 수 있는 권리 △병원감염의 예방조치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진료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
법이 개정될 경우 의료인은 진료실시 반드시 환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며, 의료기관의 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내문 등을 기관내에 게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관련 정미경 의원측은 "진료실 내에서 환자의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이 입법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진료내용에 관한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진료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이 보장되어 있지만 환자가 정작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는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잘 몰라, 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법 조문속에 잠들어 있는 환자의 권리를 현실로 끌어내고자 한다는 것.
특히 정 의원측은 "원칙적으로 보자면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갑'의 위치에 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면서 "이에 환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숙지, 그 권리들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의료현장 무시한 과잉입법" 반발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과잉입법'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협 좌훈정 공보이사는 "현행 의료법 체계하에서도 대다수 의사들이 진료시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이를 일률적으로 의무화해 위반시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잉입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또한 "진료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면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진료현장에서 환자권리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과연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느냐"면서 "법 개정보다는 의료계 단체 내부에서 회원들을 계도하도록 지원하거나, 정부 등이 평상시 환자들의 권리를 알려나가는 것이 타당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