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3일 식물인간 상태인 김 아무개(77)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존엄사'를 시행했지만 호흡기를 떼기 이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샘영을 유지하고 있다.
호흡기 제거 12시간 째인 이날 저녁 10시30분 세브란스병원이 확인한 김 할머니의 상태는 산소포화도 96%, 혈압 110-70, 심박 90, 호흡 18~21로 안정적인 현상유지 상태다. 장기입원에 따른 욕창이나 폐렴 등의 증상도 없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지난달 김 할머니가 '사망임박단계'에 있다고 판단,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린데 대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법원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경우를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로 제시하면서 김씨가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었다.
김 할머니의 상태를 살핀 외부 의료진 5명도 사망임박단계로 진단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대법원이 김 할머니를 사망단계로 인정한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한 의사는 "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의 모습을 TV를 통해 봤는데 혈압, 맥박 등이 매우 정상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대법원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다고 해서 바로 생명이 꺼지는 것은 아니다. 존엄사에 대해 보다 명확한 판단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할머니의 경우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존엄사로 확대해석 됐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 아무개씨는 "우리는 인공호흡기에 의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는 것이었지 빨리 돌아가시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수액 공급이나 유동식 공급 등의 병원 치료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쪽도 대법원의 판결은 인공호흡기를 제거일 뿐이기 때문에 수액이나 영양공급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연명치료 중지 관련 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TFT)'를 발족하고 이날 첫 모임을 가졌다. TFT는 8월까지 의료계의 존엄사 가이드라인 통일안을 내고, 공청회를 거친 뒤 이르면 9월 초에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