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이 김 아무개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냈지만 김 할머니는 자발호흡을 하며 안정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짧으면 30분, 길어야 3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던 의료진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의료진은 김 할머니의 상태가 매우 양호해 폐렴 등 합병증만 발생하지 않으면 장기생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를 사망이 임박한 단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란과 함께 존엄사 시행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당초 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사망임박단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의식 회복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경우를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로 제시하면서 김 할머니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존엄사를 여부를 판정하는 3단계 자체 가이드라인에서 김 할머니는 2단계에 해당한다고 했었다. 즉 자가호흡이 충분하지 않지만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식물인간 상태로 본 것이다. 병원은 특히 김 할머니의 호흡과 혈압이 지금과 같이 안정된 상태로 1달가량 유지된다면 될3단계로 단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3단계는 인공호흡기 없이 의식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하는 상태이다. 지금 상태만 놓고 본다면 김 할머니는 3단계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김 할머니의 존엄사 시행은 어떠한 경우든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법언의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9년이나 생존한 미국의 사례를 지적하면서 존엄사의 적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법원 판례 이후 의료현장에서 존엄사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의 사건을 계기로 사회 각계에서는 존엄사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에서는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고 의료계는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존엄사는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의료인 중심의 엄격한 존엄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