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흉부외과 수가가 100% 인상됐지만 해당 전문의들은 수가 인상 이전보다 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A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16일 “수가가 인상된 것은 분명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흉부외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며, 여기에 안주했다가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흉부외과 수가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병원간 빈익빈, 부익부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얼마전 심평원의 수술전후 항생제 사용평가에서 보듯이 3개월간 심장수술을 10건도 채우지 못해 평가 자체를 받지 못한 대학병원이 허다하다”면서 “그만큼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간 편차가 크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이런 현실에서 수가가 100% 인상되면 수술을 많은 하는 병원은 인력과 시설에 더 투자할 여력이 생기겠지만 수술건수가 적은 병원은 일부 수입이 늘어한다 해도 워낙 환자가 적기 때문에 악순환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의 ‘빅5’ 가운데 한 대학병원은 흉부외과 수가 인상으로 연간 50억원 가량 진료비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흉부외과 수가가 인상됨에 따라 연간 5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가인상분의 대부분은 심장수술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의 몇몇 병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 흉부외과가 더 비대해 지면서 심장수술 환자 집중현상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가인상으로 인해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흉부외과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흉부외과학회는 각 병원에 수가가 인상됐지만 심장수술 선택진료비까지 인상하지 말고 종전대로 받으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정경영(세브란스병원) 보험위원장은 “수가가 인상되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는데 선택진료비까지 2배로 늘면 진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이같은 공문을 의료기관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선택진료기준에 따르면 처치 및 수술의 경우 비용의 100%까지 선택진료비로 받을 수 있어 선택진료비 인상 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병원들이 판단할 몫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가 인상이 실질적인 흉부외과 살리기에 투자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가 인상으로 심장수술을 많이 하는 일부 병원 수입만 늘어날 뿐 의료진을 증원하거나 전공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후속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경영 보험위원장은 “수가 인상분은 흉부외과 의료진과 전공의, 지역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면서 “현재 학회 차원에서 후속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