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의사들의 법적 다툼 상대가 정부에서 의사단체까지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현재, 올해에 의사들이 의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총 3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 2월초 경만호 의협 회장(당시 의협회장 예비후보)이 서울서부지법에 의협과 의협 선관위를 상대로 우편투표용지 발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첫 출발점이다.
이어 지난 4월 한 개원의가 제36대 의협회장 선거와 개표과정에서 드러난 부정투표 행위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 것으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번달 16일 의사 45명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결의된 간선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서울서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한 간선제 정관개정 무효소송 건이다.
우편투표용지 발송금지 가처분 소송은 임총에서 결정된 기표소 투표 결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앙지검 고발건은 의협회장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투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정관개정 무효소송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뀐 정총 결정과정의 문제제기 등의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다.
이들 소송 모두는 겉으로는 달라 보이나 내용적으로는 모두 의협회장 선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순수한 차원이든 의도적이든 현재까지 의협을 상대로 한 소송은 정치적인 성격을 배제하긴 어렵다.
의사단체를 상대로 한 의사들의 소송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서울시의사회 공금횡령부터 의협 장동익 집행부의 예산집행 문제와 주수호 집행부를 상대로 한 기표소 가처분까지 최근 들어 수건의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도제식 교육의 대명사로 알려진 의사사회에서 의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여러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울 한 구의사회장은 “동료나 선배들과 간선제 소송 등을 얘기하면 씁쓸하다”면서 “의사결정이 오픈된 만큼 회장이라고 모든 것을 관여할 수 없다. 문제는 의협과 회원간 소통에 있는 것 같다”며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시도 한 임원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가 발전한다면 소송이 낫다고 본다”고 전하고 “회원들이 관심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슈화로 이어진다면 예기치 못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이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어떨까.
의료전문 한 변호사는 “내부 문제를 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의사들에게 수치이고, 법원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라면서 “간선제 소송의 경우,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해 젊은 층 의사들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잇따른 소송을 계기로 의사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은 “과거와 달리 격려와 비판에 대한 회원들의 의사표시가 더욱 뚜렷해졌다”면서 “젊은 층 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 모든 회원이 임원진을 아끼면서도 못한 부분은 엄격히 질책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단체를 상대로 한 의사들의 법적 소송이 의료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 될 지, 아니면 정치적인 목적에 매몰되는 사표가 될지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