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 의사양성체제(의대 또는 의전원)를 결정하기 위해 자문기구인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정구현·이하 제도개선위)’를 출범하자 의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전체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환하려 한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의전원장협회(회장 서울의대 임정기 학장)는 20일 이사회에서 지난달 말 출범한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의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통상적인 회의라기보다 제도개선위 운영을 둘러싼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됐다는 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21일 “제도개선위는 어떻게 좋은 의사를 양성해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의대체제와 의전원체제를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게 학장들의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도개선위를 통해 의학교육 전반의 문제, 예를 들면 인턴 폐지,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전반적인 현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의대체제, 의전원체제 중 양자택일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의사양성체제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 지난달 말 자문기구인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정구현)’를 출범시켰다.
제도개선위원회는 앞으로 약 6개월간 의사양성체제 개편 방향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올해말 최종 보고서를 교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참고해 내년 중 의사양성체제를 의대로 할 것인지, 의전원으로 할 것인지, 현재와 같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교과부는 2006년 의사 양성체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논의해 2010년 결론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의대체제냐, 의전원체제냐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의대와 의전원체제를 비교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도 좀 더 과학적이고 정교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양 체제에 대한 현황조사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협회는 제도개선위 산하 소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이다.
소위원회는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비교평가하기 위해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나온 결론은 내년 교과부가 양자택일 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일부 학장들은 교과부가 소위원회를 만들면서 위원들을 일방적으로 선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학계가 제도개선위 활동을 경계하고 나선 것은 교과부가 전체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면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일부 학장들은 정부가 제도개선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고 환기시켰다.
교과부가 의전원 전면 전환 결정을 내린다면 전국 의대 교수들에게 의대체제, 의전원체제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 직접 투표를 실시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제도개선위 운영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일단 위원회 운영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정부는 의사양성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론을 내린 바 없고, 이제 제도개선위가 한번 밖에 열리지 않았는데 무슨 의도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