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은 서울행정법원이 임의비급여사건에 대해 심평원의 환급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성모병원은 법원에 계류중인 여러 건의 임의비급여사건 중 첫번째 판결에서 패소에 가까운 결정이 내려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는 23일 성모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임의비급여 진료비 환급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사실상 성모병원에 완패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2건의 소송에서 심평원이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주진료과의사에게 포괄 위임한 것을 임의비급여로 판단,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환급한 것은 위법이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핵심쟁점인 △급여항목의 비급여 징수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 징수 △허가사항 초과 약제 사용분 환자 부담 등에 대해서는 심평원의 환불 처분을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성모병원은 이번 두 사건 소송에서 심평원이 임의비급여 환급 결정을 내린 1억 3737만원 가운데 선택진료비 931만원을 제외한 1억 2806만원을 부당청구한 셈이 됐다.
그러자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온 가톨릭대의료원과 성모병원 소송 담당자, 보험심사 담당자들은 ‘설마’가 ‘현실’로 나타나자 긴 한숨만 내쉬었다.
판결 결과를 보고받은 성모병원 우영균 원장도 “우리가 부당하게 진료비를 받은 게 도대체 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성모병원이 제기한 여러 건의 임의비급여사건 가운데 첫번째 판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성모병원은 이번 두건의 행정소송 외에도 심평원을 상대로 4건의 동일한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성모병원은 심평원이 190여명의 환자에게 총 70억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환급하라고 결정하자 환자 치료를 위해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처분에 불복해 소송으로 대응해왔다.
따라서 유사 소송에서 성모병원은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계류중인 169억원 환수 및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성모병원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벽은 서울대병원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 이유가 이번 1심에 그대로 인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의 환급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2심 판결을 내렸다.
심평원이 환불 결정을 내린 5089만원 중 4937만원에 대한 처분이 정당하다는 게 판결 요지다.
서울대병원이 환자에게 임의로 비급여한 △미결정행위(775만원) △치료재료 별도 산정불가(269만원)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16만원) △요양급여기준 초과(3871만원) 등의 항목은 부당청구하는 것이다.
환불이 위법하다고 결정된 152만원은 임의비급여와 관련이 없는 병실 사용료였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측에 부담시켜서는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도 서울고법과 유사한 선고 이유를 판결문에 담았다.
해당 치료비용이 행위별수가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비용에 해당된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서울고법의 판단은 이번 성모병원사건 판결문에도 명시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으로부터 그 치료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반드시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는데 서울행정법원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러건의 성모병원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상급법원의 판례와 상반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모병원은 이번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코 앞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