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료기관 현지실사시 심평원 직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개원의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대해 의료계는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은 당혹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의료계는 10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7단독이 선고한 K의원 김모 원장 기소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그동안 복지부와 심평원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심평원 직원이 임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한 부분과 관련서류 제출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한 것을 거부한 피고인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회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지원한 이번 소송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김모 원장 개인에게 축하하고 의료계 차원에서 환영한다”면서 “복지부와 심평원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도 “의사가 복지부와 심평원을 상대로 이긴 게 아니라 상식이 이겼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이번 소송결과에 대해 복지부와 심평원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며 법적근거가 없는 무리한 자료요구 행태를 꼬집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법적으로 복지부장관의 명령서가 전제돼야 하는데도 실사한다는 이유로 심평원이 협박이나 통보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왔다”면서 이번 판결이 지닌 의미를 언급했다.
재판부의 선고결과를 접한 복지부와 심평원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복지부 공무원이 현지실사 기관을 일일이 방문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재판부의 무죄판결에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지 판결문을 조속히 입수해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심평원 직원이 복지부장관의 지시를 받아 나가는 순간 복지부장관의 명령서를 받아간 것”이라며 “행정소송과 대법원 판례에서 복지부 공무원이 실사에 가지 않아도 문제없다는 기존 판결과 다르게 선고됐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심평원 관행 증언 잘못"-심평원 "유도질문에 꼬투리 잡혀"
이 관계자는 다만, “심평원 직원이 법정 증언에서 (자료요청은 통상적인)관행이라고 한 부분은 잘못한 것”이라면서 “관행이 아닌 보조업무인으로 법리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한 간부는 “관행이라는 표현은 증언과정에서 변호사의 유도질문에 말의 꼬투리를 잡힌 것 같다”고 전제하고 “심평원이 절차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복지부와 검찰이 협의해 항소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관련 법규나 규정에 대한 개선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면서 “현지조사는 해당 요양기관에 많은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기준을 합리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게 심평원의 원칙”이라고 피력했다.
김모 원장 기소건을 담당한 이종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이번 사건은 복지부가 주장하는 행정법원과 대법원 판례와 완전히 다르다”면서 “심평원 직원의 현지실사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장관이 아닌 심평원 직원 개인 명의로 자료제출 명령서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복지부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심평원 및 김모 원장 모두가 이번 판결의 항소여부와 무관하게 후속적인 법적조치를 강구중에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번 판결이 양측 법적싸움의 서막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