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진료와 차등수가 등 개원가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하는 의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건보재정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 주최로 18일 오후 협회 동아홀에서 열린 ‘기본진료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 토론자들은 현행 진찰료 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이같이 피력하고 개선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지정토론은 초재진료와 차등수가제를 중심으로 의료계와 시민단체, 보사연, 심평원 및 복지부 등 현 실무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개원의협의회 김종률 보험이사는 초재진료 산정기준과 관련, “심평원과 공단이 진단명만으로 완치개념을 도입, 재진으로 판정해 의사와 환자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30일 이후 무조건 초진으로 하는 초재진 고시 단순화와 진찰료의 단일화 등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협 조남현 정책이사도 “의원급의 진찰료가 왜 대학병원보다 싸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게다가 “약국에는 복약지도료와 약국관리료 등 경영을 감안한 항목을 산정하면서 의료기관은 진찰료와 처방료로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정정지 급여기준실장은 “진찰료의 가장 문제는 재진으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골절로 내원해도 재진으로 산정되고 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재정중립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산정기준의 불합리성을 시인했다.
의료계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건정심의 가입자 대표인 황선옥 소시모 상임이사는 “토론회 내용이 의사가 희생했다는 위주”라고 언급하고 “욕먹을 생각하고 말하겠다. 의사들이 국민평균 소득보다 낮게 살아서 희생당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남현 정책이사는 “의사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간다. 의사에게 최저생활을 해봤냐는 식의 문제제기는 초점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차등수가제 개선책과 관련, 심평원 정정지 실장은 “용역연구 중간결과를 보면, 환자가 많이 몰리는 의원에 더 많이 찾아가고 있다”면서 “이는 차등수가제의 환자분산 취지와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차등수가제 연구, 모든 가능성 열고 있다"
앞서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이의석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차등수가제로 전체 개원의 47%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시행 8년간 누적 삭감액은 6118억원으로 이중 의원급이 5354억원으로 연간 714억원이 삭감된 셈”이라며 차등수가제 폐지를 역설했다.
용역연구 책임자인 보사연 신영석 연구위원은 “75명 환자기준과 50% 삭감 근거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전하고 “혹시 제도를 지속해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개선방안도 함께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모 황선옥 상무는 “차등수가제 폐지는 양보 못한다.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면서 대형병원은 왜 짓느냐”면서 “많이 일한 의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진료건수가 많을수록 이익이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며 소비자 입장의 시장주의론을 강변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신은경 사무관은 “차등수가 연구는 합리적 연구결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말하고 “초재진료 산정기준은 의협의 건의를 검토 중으로 조만간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의협 경만호 회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초재진료와 차등수가제의 문제제기는 의사가 잘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제도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