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부의 요구대로 신종플루 환자들을 위해 격리병상을 만들고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독려하고 나섰지만 이들 병원들의 성토는 그칠줄을 모르고 있다.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보상책이 없이는 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재희 장관의 주재로 25일 개최된 '신종인플루엔자 대비 병원계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공방이 오가며 정부와 병원들간에 설전이 지속됐다.
지방의 한 거점병원장은 "거점병원을 통해 신종플루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우리 병원만 해도 간호인력이 모자라 인가된 300병상 중 150병상만 운영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만약 신종플루를 치료하다가 간호사 중 1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해당 병동이 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보상이나 대비책이 없다면 당장 거점병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대다수 거점병원들은 시설과 인력부족을 해결해주기 전까지는 복지부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름뿐인 거점병원으로만 남을 뿐더러 향후 환자들이 내원을 기피하는 불상사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거점병원장은 "십여년전 복지부의 요청으로 콜레라 치료병원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지만 돌아온 것은 도산을 검토할만큼의 위기뿐이었다"며 "신종플루 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하다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거점병원 부원장은 "현재 신종플루 확진환자를 격리치료하기 위해서는 음압, 감압시설이 필요한데 전국 병원중 그 시설을 갖춘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러한 시설을 지원하지 않고서는 거점병원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하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각 거점병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에 닥친 만큼 서로 힘을 합해 이를 헤쳐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더라도 감염관리료를 가산해주고 타미플루 등 약제와 마스크 등 각종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끌어오는 등 복지부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며 사태를 해결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재희 장관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거점병원에 감염관리료를 가산해주고 필요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격리병상 등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실비를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하며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