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에 위치한 A 국립대병원 안과의 일부 교수가 수년간에 걸쳐 전공의들에게 성매매 비용을 떠넘긴 정황이 포착돼 해당 병원과 유관기관들이 사태파악에 나섰지만 막상 피해 전공의들은 공론화에 부담을 느끼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다.
일부 전공의들은 이번 기회에 사건을 부각시켜 수련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지난해 같은 과 C교수의 폭력사건 뒤 나타난 후폭풍을 상기하며 사태확산에 부담감을 내보이고 있다.
31일 병원계에 따르면 지방에 위치한 한 국립대병원 안과 교수들이 일부 전공의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 비용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와 해당 병원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A병원 관계자는 "최근 일부 매체의 보도와 원내 제보 등을 바탕으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며 "우선 사실여부를 파악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병원 안과 교수 B씨는 지난 수년간 전공의들을 돌아가며 호출해 단란주점 등지에서 회식을 가진 뒤 자신의 성매매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만약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주며 접대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왔다는 것이 제보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사태확산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사건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증언한다면 해당 교수를 해임시킬 수는 있지만 그 후 수련문제에 대한 우려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병원의 C 교수는 지난해 전공의 폭행 등으로 직위해제를 당하고 해임위기까지 몰렸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C 교수가 없이는 수련을 받을 수 없다며 읍소해 아직 병원에서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때 해임을 강하게 주장했던 전공의들은 이 교수에게 지목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해당 교수는 아직도 폭언을 일삼으며 전공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A병원 내에서는 해당 교수들에 대한 후문이 파다해 타과 전공의들도 이를 대체로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A병원 전공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일단 해당 전공의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실공방이 일고 있는 만큼 철저한 사실확인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승진 대전협 회장은 "해당 전공의들과 긴밀히 연락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모든 내용이 범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시 수사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사실을 파악한 뒤 대응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