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원가에 계절독감 백신 품귀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우선접종하려는 의료기관과 불안감에 백신접종을 원하는 환자들 사이에 언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아직 본격적인 독감백신 접종 기간이 채 되기도 전에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백신 수급난…환자민원 '빈발'
경기도 A이비인후과의원은 입구에 "독감백신 물량이 부족하니, 20~50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분들은 고위험군에게 백신접종을 양보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가 민원이 발생했다.
김모 원장은 "20대 초반의 여성환자 3명이 함께 독감접종을 하러 왔길래 거듭 설득했지만 실랑이만 하다가 결국 접종해 줬다"며 "올해 생산된 백신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수요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높은 젊은 층에게 모두 독감백신을 접종해주다보면 면역력이 낮은 유아, 60세 이상의 노인 등 고위험군 접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우려다.
서초동 B내과의원은 몇일 전 공급된 독감백신 100개가 이틀도 채 안되서 동이 났다. 특히 수요가 부족한 폐렴백신은 아예 고위험군에게만 접종한다는 제한을 뒀다.
이모 원장은 "백신이 들어오는 족족 바닥이 난다"며 "백신접종을 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약사에 1000개 신청해도 겨우 100~200개 공급받고, 이마저도 약속한 날짜를 못맞추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회도 백신 없어 발 동동
지역의사회도 독감백신 수급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역부족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독감백신 공동구매를 하고 있는 경기도의사회는 선착순으로 계절독감백신 구매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회원 900여명이 약 15만개의 백신을 신청했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초반에는 5만개 정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제약사 분위기 상 5만개도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공급과 관련해 회원들의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여통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회원들이 별도로 구하기 어려워서 의사회를 통해 신청했는데 우리 또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찍감치 공동구매에 나섰던 강남구의사회는 회원 200여명이 백신 4만여개를 신청, 공동구매에 나섰지만 현재 4만개 중 20%인 8천개를 공급한 게 전부다.
일단 9월 말경 추가 백신이 추가공급될 예정이라며 회원들을 진정시켰지만 만약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이에 대한 회원들의 민원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구의사회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신청한 회원 이외에도 여타 다른 개원의들 또한 백신 수급 상황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때보다 백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