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은 28일 전문가와 관련단체들의 의견, 국민인식조사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의 제도화를 위한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일단 연명치료의 주된 대상인 말기 만성질환자(연명치료 중인 전체환자의 76.6%)에 대해서는 '단순히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임상적으로 뇌사상태로 판정되었음에도 연명치료가 계속되고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지속적인 식물상태 환자는 다양한 의학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연명치료 중단 절차와 관련해서는 2명 이상의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된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삼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병원윤리위원회가 조정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한 환자의 의사 표현은 추천되나, 말기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공증을 의무화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환자에서 추정적 의사 혹은 대리 결정의 인정은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진과 가족이 함께 결정하자는 의견과 병원윤리위원회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향을 제안하되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최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은 줄이자는 것…의도적인 생명 단축에는 반대"
특히 보건의료연구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논의의 주된 목표는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것이며 의도적인 생명 단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유보하는 것과 이미 적용중인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동일하지만, 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 제도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
허대석 원장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둘러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 현장의 실태와 국민들의 인식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의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연구결과가 추가적인 합의와 제도 마련에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원칙>
<대상>
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서 단순히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
② 뇌사상태에서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
<절차>
③ 말기 상태의 판정은 담당 주치의와 해당 분야 전문의 등 2인 이상이 수행한다.
④ 의사는 말기 환자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선택과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등에 대하여 설명 및 상담을 하여야 한다.
⑤ 말기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공증을 의무화하는 것은 반대한다.
⑥ 의학적 판단 및 가치 판단 등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병원에서 의료윤리 및 생명 철학분야의 외부전문가 등이 포함된 병원윤리위원회가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병원윤리위원회에 대한 지원, 감독 및 제도적 지위의 부여가 필요하다.
<내용>
⑦ 영양/수액 공급과 통증조절 등 기본적인 의료행위는 유지되어야 한다.
⑧ 말기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중단될 수 있다.
⑨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외의 연명치료에 대해서 말기 환자는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하여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으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가치관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⑩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은 반대한다.
<제도>
⑪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⑫ 관련 제도가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의 강화,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에 대한 지원 등 사회경제적 지원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