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김덕진)는 복지부가 약사, 의무기록사를 필수 상근토록 하는 것을 전제로 요양병원 수가를 가산하려는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 시행 2년을 맞은 일당정액수가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방사선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등 의료기사 4개 단체도 복지부의 수가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5일 오후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보건복지가족부의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 개정안 중 약사, 의무기록사 상근을 전제로 한 수가 가산안을 만장일치로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복지부가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한 당초안은 요양병원이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를 모두 상근토록 하면 입원료 1500원을 가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정심에서 약사회 등이 이의를 제기하자 건정심 산하 제도개선소위는 약사, 의무기록사가 필수 상근하는 것을 전제로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중 3개 직종이 상근할 경우 가산하는 것으로 안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김덕진 회장은 “방사선실, 병리검사실을 신설하면 병원당 최소 7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되지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요양병원 기능 회복을 위해 복지부의 당초안을 수용한 것인데 제도개선소위가 수가를 더 개악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노인요양병원협회는 비록 제도개선소위가 수가개선방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복지부가 과도하게 약사회의 눈치를 살핀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요양병원에 시급하지도 않은 약사, 의무기록사를 필수상근화 하려는 배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만약 제도개선소위안이 관철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의 고통과 합병증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보험재정에 악영향이 올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방사선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작업치료사협회 등 의료기사 4개 단체도 이날 제도개선소위의 수가개편안에 반대한다는 항의공문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물리치료사협회는 공문을 통해 “요양병원에서는 약사와 의무기록사를 필수 인력화하는 것보다 노인환자의 치료와 함께 신체기능을 유지 향상시켜 조기 가정복귀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물리치료사의 필수인력화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임상병리사협회도 “대국민 보건의료 서비스 제고와 요양병원의 질적 개선, 적절한 직역의 고용을 위해 요양병원에서 임상병리사가 상근 인력에 포함되도록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사선사협회 역시 요양병원의 개설 취지와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상사선사가 상근할 때 인센티브를 줘야하며, 불합리한 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정부가 제도개선소위 안을 밀어붙인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요양병원 재정중립을 전제로 수가개편을 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산정결과 400억원의 재정 흑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료비의 적정성 여부 등을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중립이라는 미명 아래 의료비를 묶어놓고, 요양병원의 서비스 질을 올리라고 강권하고 있다”면서 “요양원보다 더 낮은 요양병원 수가로는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옥죄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계가 행위별수가제의 하나의 대안 모델로 시행된 일당정액수가제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다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만을 위해 수가제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