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오는 27일부터 의료인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상당수 개원의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맞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맞더라도 먼저 맞지는 않겠다"
앞서 국감에서 제기된 녹십자 백신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는 게 개원의들의 전언이다.
신종플루 백신 전량을 생산한 녹십자인데, 앞서 계절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7명이 모두 녹십자 백신을 맞았다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임상기간이 짧았던 점도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요즘개원의들끼리 '진짜 맞아도 되는 것이냐'며 물어보는 등 서로 혼란스럽다 보니 모임에 나가면 신종플루 주사를 맞느냐, 마느냐가 단연 화두"라며 "동료 일단 지켜보고 맞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A이비인후과 신모 원장은 의료인 중에서도 우선 접종 대상인 거점병원 의료진들의 접종을 지켜본 이후에 결정할 생각이다.
신 원장은 "정부가 접종 우선대상으로 의료인을 택한 것은 보호차원이라기 보다는 모니터링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런 까닭에 상당수의 동료 개원의들이 천천히 지켜보고 맞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대학교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 동료 의사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타미플루를 복용했다는 강남세브란스병원 A교수는 "신종플루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백신 접종 대신 타미플루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신종플루 항체가 생겨서 예방접종이 필요없을 수 있다는 개원의들도 있다.
B내과 박모 원장은 "지난 6월경 감기를 심하게 앓았는데 신종플루가 아니었나 싶다"며 "당시 정부 개원가에서는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환자가 상당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당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미 항체가 생겼을 것 같다"고 했다.
"신종플루 전염확산 막는게 더 중요"
반면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녹십자가 생산한 백신은 미국에서 균주를 가져와 이를 달걀에 배양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정제과정을 거친 것이고, 짧다고는 하지만 임상을 거친 것이므로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C내과 이모 원장은 "녹십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라며 "실제로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주사를 맞는 것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종플루 접종 부작용으로 극소수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과 신종플루 주사를 맞지 않아서 수천, 수만명이 감염돼 발생하는 피해를 비교할 때 일단 주사를 맞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