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과 전공의 기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외과 수가를 30% 가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수련병원들이 월급 인상을 포함한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수련을 중도포기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외과학회(이사장 이민혁)는 11일 학술대회에서 전국 외과과장 및 주임교수 회의를 열어 보험수가 30% 가산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외과학회는 보험수가가 30% 가산됨에 따라 지난 9월초 수입증가분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권고공문을 전국 수련병원에 전달한 바 있으며, 이날 회의에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외과 전공의 월급을 인상한 수련병원은 25곳에 불과했고, 55개 기관은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월급 인상폭도 수련병원간 큰 편차를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200만원을 인상했고, 인제대 일산백병원은 150만원을 올렸다.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삼육대 서울병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학회 권고대로 100만원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부산백병원, 고대 구로병원과 안산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 여수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과 천안병원, 원자력병원은 50만원 인상에 그쳤다.
이민혁 이사장이 근무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구범환 회장이 소속된 고려의대도 고작 50만원을 인상, 체면을 구겼다.
9곳은 월급을 인상했지만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전공의 교육환경 개선에 수가 인상분 일부를 할애한 수련병원도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한 외과 지식과 술기를 습득할 목적으로 파견근무를 활성화할 것을 외과학회가 권고했지만 이를 실행한 수련병원은 17곳에 불과했고, 54곳은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전공의들에게 적정 수술건수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32곳만 이행했고, 48곳은 미실행 상태였다.
수련기간 중 해외학회 참가비를 지원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20곳만 실행했고, 60곳은 실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전임의 채용을 늘린 기관도 16곳, 전공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도우미를 채용한 수련병원 역시 30곳으로 매우 저조했다.
그러자 지방의 A대학병원 외과 과장은 “수가가 30% 올랐지만 병원 경영진은 원가를 보존하려고 하고, 전공의들은 왜 월급을 안올리느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들이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련을 포기하고 군대에 가겠다고 집단행동을 하려고 해 겨우 설득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B대학병원 외과 과장 역시 “레지던트들이 사직한 결과 수련여건이 좋아졌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병원 경영진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교수들이 가만히 있어야할건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C대학병원 외과 교수도 “이번에 수가 30% 인상된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앞으로 외과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교수들이 뭔가 모종의 일을 벌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D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없다보니 3년차가 1년차 일까지 다 하고 있는데 내년에 1년차를 뽑지 않으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한다”면서 “병원 경영진은 설득해도 통하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범환(고려의대) 회장은 “수련병원들이 수가인상분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수가인상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