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너무나 다른 각각의 입장을 조율해 해법을 찾고 제도를 개혁하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열린 건강보험공단 조찬세미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공급자, 학계 등에서 여러 연자가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발제를 맡은 문옥륜 교수는 주치의 등록제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3차 병원의 참여를 금지한 일차의료중심의 주치의 등록제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진료비지불체계를 인두제로 개편하면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낭비와 진료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은 주치의제 등록제가 일차의료에서 3차의료로 환자가 이동하는 현상을 통해 2차 중소병원을 몰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환자의 선택에 의해 쉽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주치의등록제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전문의가 다수 개원하는 한국 현실에 접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주치의 등록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오히려 이 위원장은 현행 29병상 이하인 의원의 설립기준을 변경해 5병상이하로 하고 보험급여 적용 역시 48시간으로 제한해 의원의 입원기능을 축소해야 의료전달체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2차 의료기관은 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으로 나누고, 3차 병원은 전문의료원, 전문병원 형태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경희 가정의학회 이사장은 "현행 의료체계는 환자와 의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불제도를 개편하고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 이재호 정책이사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수가체계 개선 ▲의료기관 종별 외래가산율 개선 ▲예방 및 건진서비스 인센티브 부여 ▲개방병원제 활성화 ▲1, 2, 3차 병원 최소 질병분류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전체 의료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일차의료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일차의료 증진기금과 함께 복지부내 일차의료 정책국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일차의료가 대형병원보다 못하다는 국민의 인식 전환이 없으면 법과 제도를 바꾸더라도 한계가 있다"면서 대국민 인식 전환을 위한 방법론 마련도 제안했다.
정형근 이사장 "총액계약제 주장 간과할 수 없는 입장"
이와 관련 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제도 개편과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공단 재정전망을 보면 내년도 3조4억원의 당기재정 적자가 예상되고, 매년 그 폭은 늘어 2012년에는 6조1천억원, 2020년에는 26조원의 당기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볼때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회의적"이라면서 "건강보험제도 전반에 고민과 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입자단체의 총액계약제 도입 주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 대해 보험자, 공급자, 수요자인 국민 사이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 이사장은 아울러 "우리현실과 특성에 맞는 단골의사제 등 일차진료의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를 빠른시일내에 도입해야 한다"면서 "정부당국이나 보험자가 중심이 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로 작년 11월 21일부터 개최해온 건강보험공단 조찬세미나는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건보공단 조찬세미나는 전문가 40명이 발제자로, 93명이 토론자로 참가해 다양한 보건의료분야의 현안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보건의료계로부터 최고의 건강보장 관련 세미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