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교수 70% 가량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에 의사양성체제(의대 또는 의전원)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자문기구인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정구현, 이하 제도개선위원회)’ 회의를 열어 의대와 의전원체계 비교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논의했다.
교과부는 2010년 의사양성체제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6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의대와 의전원 체제 종합평가를 하고 있다.
제도개선위원회는 의대, 의전원 비교평가의 한 방법으로 의학계열, 치의학계열, 이공계열 교수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으며, 이날 회의에서는 이공계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회의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개선위 관계자는 “이공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의전원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위원회 산하 평가소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의전원 도입이 이공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면학 분위기, 의전원에 대한 교수들의 견해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과부는 당초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환할 이공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공계 학생 일부가 의전원에 지원하기 위해 입학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이공계 인재 양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 달리 설문조사에 응한 이공계 교수들은 의전원 도입이 이공계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절대 다수가 응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의원과 한국의학교육협의회(회장 김성덕)가 지난 9월 개최한 ‘의학전문대학원 어떻게 할 것인가-바람직한 의사양성체제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이준호(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공청회에서 의전원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는 전문대학원이 학부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연대-생명과학부 학생 중 의전원, 치의전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72명으로, 소속 학과 대학원 진학(43명), 유학(34명)보다 많았다.
자연대-생명과학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의전원, 치의전원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는 2+4 의대 제도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좋은 의사 양성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자료 자체가 아직 보완할 게 많고, 불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끝나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