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태아성감별 고지금지안을 수정, 32주가 지나면 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산부인과의사회가 "현재 의료법 개정안은 하나마나한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태아 성감별 고지 기간을 임신 32주 이후로 하는 것은 태아성감별 금지와 다름 없다"고 지적한 뒤 "인공임신중절이 어려운 임신 24주 이후부터는 태아의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앞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 금지안을 수정, 임신 32주를 초과한 경우에 한해 태아 성감별을 허용하는 안을 의결하고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특히 이는 태아성별 고지 금지 기간을 ‘28주 이전’으로 했던 이주영·전현희 의원의 발의안보다 강화된 것으로, 파급효과를 우려해 32주 이전으로 제안하자는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부인과의 아쉬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산의회 박노준 회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이 난 태아성감별 금지 규정이 다시 부활하는 것 같다"며 "회원들과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불합리한 규정의 존속으로 혼란이 야기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합리적인 태아성감별을 위해 그동안 논의됐던 허용기준보다 크게 후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에는 태아성감별은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출산 방법으로 사용됐지만 저출산이 심각한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변화로 이를 더 이상 제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산부인과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태아성감별고시금지 규정은 이미 현실적 정당성을 상시했음에도 태아 성별 고지 허용 기간을 32주로 정하는 것은 요실금 문제, NST건 등 의료소비자는 물론 공급자에게 모두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