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과 관련, 서울고법이 서울대병원과 이원석 원장 사건에서 사실상 공단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연대 세브란스병원 등 현재 1심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한 심리가 본격화된다.
특히 서울고법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원외처방했다 하더라도 의사가 의학적 타당성을 입증한 것에 대해서는 공단이 환수할 수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수십만건에 달하는 개별 처방건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외법률사무소는 11일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을 제기한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소송 진행상황 보고회를 가졌다.
지난 4월 보건복지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원외처방 약제비소송을 제기한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94개이며, 소가 총액이 314억원에 달한다.
이중 소액사건 20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기관 소송을 대외법률사무소가 수행하고 있다.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서울대병원과 이원석 원장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보험자에 대해 위법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현 변호사는 "반면 서울고법은 같은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요양급여기준은 일응 합리적, 객관적인 것이고, 강행규정의 성질을 갖고 있어 최선의 진료의무와 별개로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 약 처방행위는 일단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 변호사는 "따라서 의사는 해당 약 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을 하면서 의학적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병원에 지급할 진료비에서
상계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지난 8월 서울대병원 항소심 판결에서 공단이 환수한 41억여원 가운데 의학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5건 18만여원에 대해서만 환수를 취소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이원석 원장 사건에서도 공단이 환수한 3584건 중 상병명 미기재 4건 5977원, 의학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3건 2240원에 대해서만 공단 처분을 취소했다.
다만 서울고법은 이원석 원장 사건 판결에서 공단이 공단부담금 외에 환자 본인부담금까지 환수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이 서울대병원과 이원석 원장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하면서 서울서부지법 민사 12부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50분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11개 의료기관 사건을 특별기일로 잡아 심리할 예정이다.
민사11부 역시 이날 오후 4시 경북대병원 등 14개 병원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현 변호사는 "서울고법이 급여기준을 초과했다 하더라도 의학적 정당성이 입증된 것에 대해서는 환수할 수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1심에 계류중인 의료기관과 법원 모두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세브란스병원 약제비소송에 관련된 원외처방은 10만건에 달하고, 병원은 공단에 원외처방 건별로 어떤 약이 어떤 급여기준을 위반했는지 석명을 요구한 상태다.
서울고법 판결 취지에 따라 공단이 개별 건별 환수 근거를 제시하면 각각의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이 건별 환수 사유를 제시하고, 병원이 이에 대한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하더라도 법원이 일일이 환수가 정당했는지, 의학적 정당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 변호사는 "만약 법원이 10만건에 대해 일일이 판단을 한다면 판결문이 10만장에 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민사12부가 특별기일을 잡은 이유도 이런 어려운 점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지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변호사는 "한 재판부에서 수십개의 원외처방약제비소송을 심리하기 때문에 리딩 케이스를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대표적인 원외처방 케이스별로 의학적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