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플루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이제 개원의들은 남은 백신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신종플루 예방접종 신청에 비해 실제 접종률이 낮아 생각보다 많은 양의 백신이 남았기 때문이다.
"바이알 백신, 10명 안되는데 어떻게"
31일 개원가에 따르면 가장 골칫거리는 바이알 백신. 1병에 10명분의 백신이 담겨있는 바이알의 경우 하루 10명을 채워야 백신을 버리지 않고 전량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접종자가 10명에 못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백신 처리에 애를 먹고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접종 후 남은 백신을 폐기처분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경기도 C내과원장은 "접종 첫날인 지난달 18일에는 예약이 많아 10명씩 맞췄지만 접종 일주일 이후부터는 5~6건으로 줄더니 최근에는 2~3건까지 떨어져 접종하는 백신보다 폐기하는 백신양이 더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프리필드 백신의 경우 한명씩 접종하고 잔량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향후 보건소 등 보건기관에서 회수할 때 처리하면 되겠지만, 바이알 백신은 일단 개봉하면 당일 모두 소진해야하므로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접종률이 급감하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D내과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취소사태가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앞서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대해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지난 주만해도 하루 5명이상은 맞췄지만 2월달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접종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플루 예방접종 문의조차 뜸해"
한편, 최근 신종플루 접종 후 영아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잇따라 접종 부작용 관련 소식에 접종률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서초동 A가정의학과 원장은 "얼마 전 백신 접종후 영아사망건이 발생하면서 그나마 간간히 걸려오던 문의전화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간혹 아기 엄마들이 예방접종해도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는 확인증을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마다 환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접종을 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