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양성학제 결정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의학계의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의전원, 의대 중 어느 쪽의 비중을 높일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의대·의전원협회(회장 서울의대 임정기 학장)는 최근 임시이사회를 열고 교과부 산하 의·치의학제도개선위원회(이하 제도개선위) 운영의 문제점과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교과부는 올해 중 바람직한 의사양성학제를 확정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제도개선위를 발족했으며, 당초 지난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가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자 올해 4월까지 위원회 운영 시한을 연장한 상태다.
협회가 임시이사회를 연 것은 교과부가 제도개선위의 논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전원체제를 밀어붙이려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협회 관계자는 8일 “제도개선위에서 의사양성학제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부가 의전원 체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의학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만큼 교과부와 의학계의 입장차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교과부는 의전원이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고교 졸업생에서 선발할 것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학계는 대학의 자율적 선택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의대든, 의전원이든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계의 또 하나의 대안은 대학 안에서 의대와 의전원이 공존하는 학석사 통합과정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체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고교 졸업생과 학부 졸업생으로 배분해 선발하되 고교, 학부 졸업생에 대한 최소한의 비율을 정해 100% 의대, 의전원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예들 들면 고교 졸업생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입학정원의 최소 10%는 학부 졸업생에서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전원 형태를 희망하는 대학이라면 입학 정원의 최소 10%는 고교 졸업생에서 뽑아야 한다.
결국 교과부 안과 의학계의 학석사 통합과정 안은 의대와 의전원을 합친 형태라는 점에서 일맥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교과부 안은 의전원체제 중심인 반면 의학계 안은 의대체제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만약 대학에 자율권이 주어진다면 서울의대를 포함한 대부분이 고교 졸업생 입학 비율을 높일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대만 놓고 보더라도 의전원을 병행하기 이전에는 입학정원의 70%를 예과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30%를 학부 졸업생 편입으로 뽑은 바 있으며, 대학 자율권이 보장되면 이와 유사한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현재 교과부는 의학계 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의학계 역시 교과부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는 내달까지 의사양성학제 대안을 마련,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따라서 남은 한 달여가 의사양성학제 개편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