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0% 이상이며, 투자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제약사에 대해 약가 인하 폭의 60%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는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며 실효성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0% 이상이고 투자금액이 500억원 이상 업체의 기등재약이 약가 인하될 경우 인하 폭의 60%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가지 조건은 모두 만족돼야 하며, 리베이트 약가 인하 제품은 제외된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도 본지 통화에서 "추진 중인 것은 사실이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구체적 사안은 2월말 쯤 나올 전망이다.
업계에서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은 2009년 기준(추정치) LG생명과학(18.3%, 600억원)과 한미약품(13.3%, 820억원) 단 2곳이다. 업계 1위 동아제약(8.7%, 700억원)도 이 기준에 해당되지 못했다.
일단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은 제도 추진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 획기적이고 제약산업을 키우려는 정부의의지가 묻어나는 정책 추진"이라며 "제약산업을 리베이트를 포커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열심히 하는 회사에 포커싱 되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 제네릭보다 신약 개발에 동기부여를 확실히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R&D 부문에 700억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도 "아직 결정되지 않는 제도에 가타부타 할 수 없지만 R&D에 투자한 회사와 아닌 회사를 구분해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우선 현실에 합당한지, 업계의 이견이 있는지를 파악해야겠지만, 정책적 방향은 찬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당장 한 두 업체만 지원된다고 탓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이렇게 되면 의미있는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다수의 업체들은 실효성 자체에 강한 의문을 보였다. 특히 R&D 비중은 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연구 개발에 적극적이나 회사 규모가 작아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컸다.
A제약사 관계자는 "(추진하고자 하는) 기준선이 너무 높다"며 "절대금액(500억원 이상)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비중(10% 이상)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상위사보단 투자를 열망하는 중소기업을 우선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업체) 가능성을 보고 선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무턱대고 기준을 정하는 것보다는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으로) 기준을 완화해 투자 의지가 있는 중소사를 돌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A,B사 모두 중소제약사로는 드물게 R&D 비중이 매출액의 10% 이상인 기업들이다.
C제약사 임원은 "(5~10년 후) 5000억원~1조 기업이 많이 생겨나면 지금 추진하는 제도는 또 바뀔 것"이라며 "아마도 1000억원 이상이 되지 않겠냐. 실효성 없는 제도는 없느니만 못하다"며 정부 정책을 대놓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