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개편된 일당정액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들이 입원료 차등제 산정현황 통보서 제출에 나섰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의도대로 요양병원 구조조정이 가시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부작용만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국의 요양병원들은 4월부터 개편된 입원료 차등제에 따른 16일부터 20일까지 입원료 차등제 산정현황 통보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정된 입원료 차등제는 병상수가 아닌 환자 수에 대비한 의사, 간호인력을 기준으로 등급이 산정된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은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15일자 평균을 산출하고, 3개월 평균 환자수에 대비한 것을 통보서에 기재해야 한다.
의사인력은 2009년 12월 15일부터 2010년 3월 14일까지 의사별 3개월 평균을 산출하고, 3개월 평균 환자수 대비 의사수, 8개과목 전문의 수 등을 기입해야 한다.
복지부는 요양병원들이 입원료 차등제 산정현황 통보서를 심평원에 제출하면 2/4분기 의사, 간호인력 등급에 따라 입원료를 차등지급하게 된다.
의사 입원료 차등제는 1~5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에 따라 20% 가산~50% 감산될 수 있다. 간호인력 입원료 차등제는 1~8등급으로 나눠지며, 등급에 따라 60% 가산~50% 감산된다.
복지부가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를 개편한 이유는 의사, 간호인력을 제대로 확보해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한 상위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의 수가 차등폭을 확대해 하위병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계 일각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부실 요양병원들의 도산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요양병원 원장은 “간호등급이 6등급 이하인 요양병원들은 수가가 엄청나게 감산되기 때문에 3등급까지 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렇게 인력을 갑자기 크게 늘리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요양병원 부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월부터 새로운 일당정액수가제도가 시행되면 2/4분기부터 하위병원들을 중심으로 소위 ‘보리고개’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예측이 빗나갈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메디칼타임즈가 심평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날 현재 전국의 요양병원은 799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1일 770개에서 불과 3개월만에 29개가 늘어난 규모다.
2009년 10월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개편안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요양병원 증가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B요양병원 원장은 “1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들은 전문의, 간호사를 1~2명만 더 충원하면 등급을 수직상승하는데다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 시설기준을 강화하려던 게 백지화돼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요양병원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상위 병원들까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도 있다.
C요양병원 원장은 “의료인력을 늘리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상대로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건강보험 재정만 증가하면 정부는 일부 행위별수가까지 일당정액수가로 묶으려할 공산이 크고, 과잉경쟁으로 인한 진료비 덤핑이 계속돼 더 큰 혼란만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