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의 총액계약제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던 개원가의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행될 경우 개원가에 파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와사회포럼 안용항 정책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총액계약제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환자선택권 침해 소지 높다"
안 정책위원장은 총액계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의사와 의사간, 의사와 환자간의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을 꼽았다.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질은 뒤로 한채 저비용에만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령 A라는 진료에 대해 비용이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면 의사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최저가에 진료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고급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질병이라도 질병이 심한 사람은 고비용치료가 요구되고, 경미한 경우에는 저비용치료가 필요한 법인데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무조건 저비용치료를 실시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총액계약제는 의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환자가 아무리 고급진료를 원해도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사가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둔다면 환자의 선택권이 유지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는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의료가 아니라, 과거로 후퇴하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의료비용만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지만, 사실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경우 의료기관 이외에도 의료장비 및 제약 등 모든 의료관련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고령화시대, 노인환자 기피대상될 것"
또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액계약제를 도입한다면 고령화 등 고려돼야할 점들이 많다고 했다.
사전에 노인 인구증가, 질병에 대한 분석, 의사의 수 증가 등을 고려해야 현실에 맞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질병에 대해 20~30대는 2~3일이면 치료되는 반면 노인의 경우 4~5일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의료비용이 높게 발생한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고비용이 드는 노인환자에 대해 기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총액계약제 예산을 짤 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음이 고려돼야한다"며 "이 점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액계약제 대신, 다른 방법 모색해야"
안 정책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모든 질병에 대해 보장하려고 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범위내에서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게 현명하다"고 했다.
즉, 저소득계층에 대한 진료를 제외한 일부 경증 진료에 대해서는 보험적용되는 진료를 조절해나가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현실적으로 현재 건보재정을 감안할 때, 정부가 모든 질병을 끌고 가기에는 의료의 질 저하가 너무 심각하다"며 "의료서비스의 퇴보를 가져오지 않으려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