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나 근거가 부족한 의료행위를 조건부 급여화한 후 일정기간 재평가를 거쳐 보험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해야 할 대상이 적지 않아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원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당장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손숙미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의료원구원(원장 허대석)이 주관한 ‘공직적 근거 창출을 위한 조건부 급여(CED)' 심포지엄이 20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조건부급여를 통한 근거창출(CED:Coverage with Evidence Development)는 현재 의료행위,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가 불확실하지만 잠재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유망 의료기술을 한시적으로 급여화해 일정기간 재평가한 후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보건의료연구원 이상무 연구위원은 CED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CED의 이점은 유효한 의료기술을 조기 도입해 보건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지 않고, 의료발전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근거 생성에 따라 의료기술의 확산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CED의 적절한 대상이 되는 약제를 △식약청 허가사항 외 투여 △제약사 영업이익상 흥미가 크지 않지만 임상에서 필요한 약제 △희귀질환 △소아 영역에 적용되는 치료 △비교효과 연구의 필요가 있는 약제 등을 예시했다.
의료행위는 △보험급여 결정에 있어 근거 수준이 높지 않아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 때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보편화된 기술 등이 꼽혔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서 CED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어떤 의료기술을 적용 대상으로 선정할지, 제도 기획 및 해당 기술 선정, 연구 수행, 연구 수행 의료인의 책임과 의무 및 권리 등 제도 운영 역할 정립, 비용 부담, 연구 수행자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병호 심평원 연구소장은 “조건부 급여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평가 초기단계여서 짚어봐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의료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부 급여제도가 신설되면 보험등재 창구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급속한 의료비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근거가 부족한 약제, 의료행위의 검증 우선순위에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건강보험급여에 들어와 있는 기등재 약과 의료행위, 임의비급여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신의료기술보다 더 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례로 대학병원에서 신기술을 도입할 때 의료진 내부 협의 절차만 거쳐 60% 이상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어 임상적 유효성 검증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임의비급여부터 정리하고, 조건부 급여 이전에 조건부 비급여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조기 도입에 난색을 표명했다.
복지부 박금렬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정부 재정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제도화할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고, 연구 주체, 재원 조달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후 제도화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