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전국 요양병원에 대해 과거 진료비 부당청구 사실을 자진신고토록 하자 향후 요양병원의 이미지가 또다시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노인의료비 증가 문제를 요양병원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심평원은 2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일당정액수가제가 시행된 2008년 이후 의료자원(의사, 간호인력,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을 사실과 다르게 신고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내역을 자진 신고 받는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7개 권역에서 순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가 요양병원 부당청구 자진신고를 받기로 한 것은 얼마전 지방의 모요양병원에 대해 경찰청과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약 9억원의 허위청구 사실이 적발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계는 자진신고 이후 불어올 후폭풍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A요양병원 원장은 “의사나 간호사 인력을 심평원에 잘못 신고한 사실을 성실하게 자진신고하면 부당이득금만 환수한다고 하지만 일부 요양병원들은 실사를 받을 수밖에 없고, 복지부는 또다시 전체 요양병원들이 부당청구를 해온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말 공단, 심평원과 함께 전국 29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자원 운영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22개 기관에서 의료인력 등을 편법 운영한 사례를 적발, 35억원을 환수했다.
하지만 당시 복지부는 전국 780여개 요양병원 중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사를 벌여 이 중 122개 기관에서 위법사례를 적발했지만 전체 요양병원의 41%가 부당청구를 한 것처럼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요양병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요양병원 증가세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어 의료의 질 향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진신고가 끝나면 전체 요양병원의 이미지에 또다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요양병원을 너무 압박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B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부당청구 자진신고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전체 병원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냐”면서 “이는 노인의료비가 증가하자 모든 책임을 요양병원에 전가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일부 악의적으로 부당청구를 하는 요양병원들은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이런 기관은 극소수”라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산정기준이 애매하고, 복지부의 잣대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말 298개 조사대상 요양병원의 55.9%인 132곳에서 간호인력을 편법 운용한 사례를 적발했는데 이는 그만큼 간호인력 산정기준 자체에 문제가 많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요양병원 간호사가 하루 1~2시간 간호 외 업무를 하거나 간호부장, 간호과장이라고 해서 간호인력에서 제외하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면서 “간호사 한명 유무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고, 몇천만원 수입변화가 생기는데 복지부 기준대로 할 병원이 몇 개나 되겠느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