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치료거점 의료기관들이 큰 혼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치료, 격리와 관련한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28일 학술대회에서 ‘신종 인플루엔자로부터 얻은 교훈’ 심포지엄을 열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백남(감염내과) 교수는 ‘진료현장에서 대응 경험과 문제점’ 주제 발표를 통해 인플루엔자 대응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는 확진검사를 통해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객관적으로 증명했고, 타미플루나 릴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무상으로 처방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김 교수는 “그렇다면 대유행이 지난 2010년 이후 유행철부터는 인플루엔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궁금하다”면서 “2009년처럼 인플루엔자를 특별히 취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 2009년 이전과 같이 진료해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진단과 치료, 격리와 관련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지만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2009년 급여항목으로 신설된 신종인플루엔자 확진검사(RT-PCR)가 올해 3월 15일부터 비급여로 전환했고, 항바이러스 투여 역시 5월부터 인플루엔자 증상이 생긴지 48시간 안에 진료한 고위험군환자에 한해 급여를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지만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은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발열을 동반한 상부호흡기증상의 경우 항생제가 필요한 질환,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질환, 대증요법이 필요한 질환 등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데 이런 환자가 많은 1, 2차 의료기관을 항생제 사용률이 높다고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학적 필요성과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요구 때문에 우선적으로 신속항원진단검사를 해 왔는데 정부는 마치 의료기관들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해 실망스러웠다”고 질타했다.
그는 복지부가 심평원을 통해 신종플루 처방과 관련해 삭감하지 않겠다는 수차례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2010년 이후 인플루엔자는 2008년 이전과 달리 인식해야 하며,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같은 혼란기에 거점병원이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역할을 조정하고, 소통과 신뢰를 전제로 한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