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로 리베이트 쌍벌제법 시행이 확정된 가운데 처벌 예외조항에 추가된 이른바 ‘백마진’(금융비용)에 대한 복지부의 뒤바뀐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의 리베이트 쌍벌제 논의 과정 중 백마진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재희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 19일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신상진 위원(한나라당)실에서 가진 의료단체와의 간담회 참석 후 리베이트 쌍벌제법에 백마진을 예외조항으로 하는 방안을 전 장관에게 보고, 의결을 받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백마진은 약국가에서만 주장해왔으나 의료단체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구입시 백마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신 위원장도 건전한 상거래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간담회 후 장관님에게 일정부분의 백마진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료단체와 법안소위 위원장이 백마진의 필요성을 공감해 장관보고를 통해 백마진을 쌍벌제 예외조항에 추가하기로 했다는 의미이다.
복지부 “백마진, 리베이트로 보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백마진이 약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복지부는 백마진을 리베이트로 보지 않고 있다”며 국회를 통과한 리베이트 쌍벌제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복지부가 최근 몇 년간 피력한 백마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08년 부임한 전재희 장관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약국의 백마진을 인정하자는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의 질의에 대해 “부작용이 크다,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백마진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전 장관은 리베이트 쌍벌제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된 2009년 국감장에서도 “(백마진 인정은) 실무자가 현재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며 백마진 반대입장을 지속했다.
복지부는 국감 후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의약품 구입에 따른 일정부분 이윤을 합법화하는 것은 요양기관의 약가이윤 배제와 과잉투약 방지 및 실제구입한 가격으로 상환하고자 하는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불가입장을 재천명했다.
하지만 백마진을 예외로 한 리베이트 쌍벌제법안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거친 후에는 복지부의 입장이 180도로 달라졌다.
전재희 장관은 지난 23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리베이트를 용납한 백마진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곽명숙 의원(민노당)의 주장에 대해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약품 구입시 어음 등으로 결제기일이 늦춰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이자비용 만큼만 제한해 (우려하는 문제점을) 해소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백마진 허용의 법제화에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검찰 "도매업체, 약국 33곳에 매출 3% 리베이트 제공“
복지부측은 백마진에 대한 입장변화와 관련 “부처의 입장이 마르고 닳도록 계속 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장관님도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다”며 정책기조 변경을 이해해 줄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복지부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백마진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잉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백마진 당사자인 의약품도매협회 한 임원이 지난해 11월 한 포럼에서 “매출액의 2~3% 이상이 백마진으로 제공되고 있다”면서 “이는 물류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약국에 갖다주는 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9일 의약품 불법유통사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약국 33곳이 도매업체 영업사원으로부터 매출액의 3% 상당의 리베이트를 매월 제공받았다”면서 “일부 도매업체는 이윤률이 매출액의 0.5%에 불과한데 3%를 약국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리베이트 근절책을 요청했다”며 백마진을 리베이트로 규정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해 소비되는 약제비 총액(일반·전문의약품 포함)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병원급 외에 의약품 구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약국가로 유입되는 통상적인 백마진(3%)이 최소 연간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