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환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1일부로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정작 환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두리뭉실한 세부지침을 내놓으면서 대부분 병원들이 '박피술=10만~200만원' 식의 터무니없는 가격정보를 게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급여 항목이 천여개가 넘어가면서 환자들이 이를 일일히 검색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항목 1600개에 검색창 없어…최소-최대비용 1200만원 차이까지
메디칼타임즈가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가 시작된 1일부터 주요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가격정보 게시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병원들이 고지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고지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인데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수술을 검색할 경우 천여개가 넘는 내용을 일일이 찾아야 해 의미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3일 비급여 진료비를 고시한 A대병원. 이 병원에는 현재 1600개가 넘는 비급여 항목들과 가격들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창에는 검색창이 없다. 결국 환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항목을 찾기 위해서는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일일히 모두 열어 찾아봐야 한다.
한페이지에 10여개의 항목이 명시돼 있으니 최대 166번이나 페이지를 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찾아내도 딱부러지는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령 씨오투 프랙셔널 레이저 시술의 경우 가격이 10만원~2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최소와 최대비용차가 20배에 달한다.
결국 병원에 내원하거나 전화상담을 받기 전에는 타 병원과 가격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다.
타 대학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가 비급여 수술의 대표격인 다빈치 로봇수술. 가격정보가 노출돼 있지 않아 환자들이 상당히 궁금해 하는 부분이지만 병원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딱히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
로봇수술의 대표주자인 B대병원. 이 병원 홈페이지에는 다빈치 로봇수술 가격이 700만~19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A대병원은 더하다. 로봇수술 비용이 300만~1500만원으로 게시돼 있다. 최소 비용과 최대 비용이 무려 1200만원이나 난다.
C대병원도 마찬가지.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으로 고시했다. 또 다른 고가 비급여 시술인 토모테라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라는대로 했을 뿐" vs "악용하는 병원 조치하겠다"
이들 병원들도 할말은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대한 항목을 세분화하지 말고 포괄수가 형태로 명시하라는 지침을 냈다는 것이다.
C대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환자들이 알아보기 편하게 치료재료와 약제비, 진찰료, 수술비를 묶어서 포괄수가 형태로 고시하라고 권고했다"며 "우리는 이에 맞춰서 게시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비급여 진료비 의무화 세부지침'을 보면 비급여 항목을 표시할 때는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진찰, 처방, 투약, 수술 등 의료행위 및 약제, 치료재료를 국민들이 알기 쉽게 포괄수가 형태로 표기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또한 가격을 표시할때는 단일가격을 원칙으로 하나, 치료재료와 약제, 행위를 묶어 고지할 때는 난이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범위를 설정해 표기하도록 했다.
결국 이 지침만 볼때는 병원들이 게시한 가격정보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복지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당초 의도와 다소 다르게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특진료나 약제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일부 항목에 가격범위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일부 악용되거나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제도 시행초기니 만큼 병원들의 이행상황을 점검해 보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