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리학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병리검사 수가 인하에 대한 실력행사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병리과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병리학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 넘게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병리수가 인하에 따른 후속 실력행사 방안을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병리과 전공의들이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이후 전문의들이 단체행동을 할 것인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 이사장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회원들이 학회 집행부와 비대위를 신뢰하지 못하고, 정부와 제대로 협상하는지 믿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날 회의에서 마지막 투쟁방법을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대위 이건국 대변인도 "오늘 회의에서 오랜 시간 갑론을박했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복지부가 병리과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지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과 비대위가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력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대위 위원 중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은 이날 비대위 입장을 담은 문건에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입장 표명 자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강창석 위원장은 "전체 병원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단체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 관계자는 "이는 위원장 개인의 견해일 뿐 비대위 전체의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내부에서 그만큼 투쟁파와 협상파가 팽팽히 맞섰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장 7월 1일부터 병리수가가 15.6% 인하되는 가운데 젊은 층 병리과 전문의, 개원가를 중심으로 강력 투쟁론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병리학회, 비대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여 학회 내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병리학회는 조만간 복지부와 공동으로 병리수가와 근무환경 등 8개 핵심 쟁점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병리학회는 18일 오후 고려대 구로병원에 평의원회와 임시총회를 잇따라 열어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어서 준법투쟁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