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의전원 전면전환 정책 기조를 포기하고, 의사양성학제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 것은 의대·의전원장협회(이사장 임정기 서울의대 학장)의 전략적 대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의대·의전원장협회 임정기 이사장은 2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교과부가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협회 입장에서는 환영할만 하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1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사양성학제(의대, 의전원)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학교육 제도개선계획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부터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이하 제도개선위)를 가동, 바람직한 의사양성학제를 논의해 왔다.
하지만 교과부의 의전원 전면전환 의지가 확고하다보니 제도개선위를 들러리로 세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교과부가 의전원 전면전환 정책 기조를 포기하고, 대학에 학제 선택권을 부여한 것은 의대·의전원장협회 임정기 이사장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대·의전원장협회는 의대 학장뿐만 아니라 의전원 원장들까지 참여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지만 의사양성학제에 관한 한 지금까지 단일하게 ‘대학 자율성 보장’을 요구해 왔다.
임 이사장은 “의대, 의전원에 따라 의사양성학제에 대한 입장이 달랐지만 워크숍을 여러 차례 여는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대학이 학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이사장은 “협회 회원들이 일관되게 한 목소리를 낸 게 교과부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큰 힘이 됐다”면서 “이사장으로서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당초 제도개선위는 산하 평가소위에서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평가한 후 양자택일하자는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
그러자 임정기 이사장은 정책소위를 추가로 신설하자는 주장을 관철시켰고, 이후 논의의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교과부가 이날 대학에 의사양성학제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한 내용도 정책소위에서 마련된 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임 이사장은 “의전원이 이상적 목표를 추구하다보니 제도 도입 이전부터 반대가 심했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강행했다”면서 “하지만 현 교과부가 일정 기간 제도를 운영해 보고 재평가해 정책을 수정한 것은 다행스럽고, 발전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임정기 이사장은 교과부가 의전원에 한해 BK21이나 의과학자(M.D-Ph.D)를 지원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교과부는 이전 정부가 의전원으로 완전전환하겠다는 잘못된 정책을 수정했는데 과거 정책 그대로 의전원에만 BK21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의대든, 의전원이든 좋은 의사, 의학자를 만들자는 교육 목표는 동일하다”면서 “따라서 학제가 다르다고 해서 지원을 차등하는 것에 있을 수 없다”고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양성학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의학교육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임 이사장은 “가장 시급한 숙제는 학위를 단일화하는 것”이라면서 “의대생이나 의전원생이나 동일한 기간 의학교육을 받는데 한쪽은 학사, 다른 한쪽은 의무석사를 받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면서 “앞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임 이사장은 “인턴 폐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만큼 병협, 복지부 등과 논의해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