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업계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시름이 깊다. 특히 쌍벌제 도입 확정은 업계에 적잖은 변화를 안겨줬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령, 특정제약사 약 안 쓰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현상에 많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갈 곳을 잃으며 방황했고, 직업 자체에 회의를 갖는 이들도 꽤나 늘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한올바이오파마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영업 전략 수정 등 일부제약사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자 부산한 모습을 보일 때 이들은 학술마케팅이라는 자신들만의 영업 방식을 그대로만 밀고 나가면 됐기 때문이다.
"쌍벌제 이후로 냉랭해진 제약 영업현장에서 학술마케팅은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만날 때 보다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또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토종제약사로는 유일하게 학술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서울종합병원1팀 이윤석 과장의 소견이다.
물론 처음부터 학술마케팅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차가웠다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2007년도부터 학술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처음 책자를 들고 방문을 하면 냉담한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보자마자 치워버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예 받지도 않는 분도 계셨습니다. 다음에 방문해 보면 폐품과 함께 쌓여있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정책에 따라 무작정 시작한 학술마케팅.
그간 국내제약사들의 영업관행 등 비춰볼 때 책자만을 무기로 한 마케팅이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묵묵히 진행한 학술마케팅은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어느정도 반응도 오고, 입소문도 퍼져 첫 발행본부터 찾으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생긴 것은 한올하면 학술마케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클린한 기업 이미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가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책은 'Medical information'. 3개월마다 최신 논문을 알기 싶게 번역해 만든 책자다. 벌써 세월이 흘러 12호가 나온 상태다.
"이 책은 최신 학술 정보는 한 눈에 보기 쉽게 요약, 급변화하는 트렌드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학술대회에 굳이 안가도 되겠다는 농담을 하시는 선생님도 계실 정도죠."
그는 학술 정보를 매개로 의사들과 만날 수 있는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최신 학술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사 선생님들께 뭔가 도움을 드릴 수 있고, 더 나아가 환자들에게까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부심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내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저를 기다리시는 선생님들도 생겨났다는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대가성으로 연결된 관계보다 인간적으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회사측에 감사하고, 더욱 내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