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2년여간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그는 회복하기엔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방의 모대학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중이던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진료실에서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최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 당일은 추석 연휴였고, 산부인과 전임의 A씨는 당직 근무중이었다.
환자 B씨는 난소에 생긴 혹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A씨가 장갑을 끼지 않고 자신의 몸을 진찰하자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해당 대학병원에서 해임된 A씨는 2년여간 법정싸움에 매달렸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성기를 거즈로 닦아 경찰에 제출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 거즈에서 피해 여성의 DNA가 검출되자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의사 A씨는 피해자의 성기를 만진 손을 씻지 않고서 자신의 성기를 문질러 증거를 제출했다”며 “따라서 이러한 증거는 사건을 성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 2심 재판부는 “진료 당일 환자의 남편이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의사가 이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DNA 하나만으로 의사에게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의료계는 이 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A씨가 그간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A씨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후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무고한 의사는 사회로부터 매장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자극적으로 보도하기에 급급해 사실상 그에게 파산 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P씨는 “이번 사건은 한 젊은 의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병원도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면서 “무죄 판결이 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해당 의사도, 병원도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렇다고 원상회복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