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시행중인 병의원 DUR 시범사업은 유명무실한 일반약 DUR과 달리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체 의원의 84%, 병원의 33%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보통 1~2초면 처방 단계에서 의약품의 사용금기 등을 사전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서너번은 심평원에서 사용금기 등을 확인하는데 1분 이상 소요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내과 A원장은 "보통 2~3초면 점검이 이루어지는데 하루 서너번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그럴 때면 답답하고 짜증나서 미칠 노릇이다"라며 "그만큼 환자 진료 시간이 늘어나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Y마취통증의학과 B 원장도 "대부분 1~2초 안에 확인이 되지만 간혹 확인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면서 "성격이 급한 분들에게는 매우 길고 짜증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시범사업 초기에는 10분 이상 확인이 지연되는 바람에 진료에 큰 차질을 겪었다"고 귀띔했다.
의원급이 비교적 순탄하게 시스템이 가동되는데 비해 종합병원은 시스템은 불안정했다.
종합병원급으로는 유일하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대병원 김광식 진료처장은 "DUR 점검을 위해 심평원에 처방 내역을 전송하는데 약 20~30%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아예 DUR점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점검단이 외래에서 타이레놀 ER서방정, 낙센에프정 등을 처방받고 병용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낙센은 중복처방 경고창이 떴지만 타이레놀은 중복처방 경고창이 뜨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 시스템상 문제이기 보다 병원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산 프로그램이 복잡하다 보니 우리가 제시한 구현 방법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기본 모듈을 주었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병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조만간 제주대병원에 실무팀을 보내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할 예정이다.
병의원들은 시스템의 불안정을 이유로 DUR 사업의 전국 확대에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는 12월부터 DUR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C내과 K 원장은 "제주도내 의원급 200여 곳만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는데도 초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면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칫 진료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겸 의사협회 DUR 대책위원장도 "제주대 병원의 사례에서 보듯 아직 DUR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 전국 확대시행은 점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DUR 점검에 따라 청구소프트웨어의 유지 보수비용 증가 등 비용이 발생하고 진료지연 등 불편을 겪는데 대한 수가 항목을 신설하는 방법도 의료기관의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