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등재약 목록정비, 신고포상금제 소급 적용 등 그간 제약업계를 쉴새없이 몰아쳤던 정부가 돌연 정책 기조를 친제약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오랜만에 예측가능성이 높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며 환영했다.
최근들어 정부의 친제약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기등재약 일괄인하, 신고포상금제 소급 적용 폐지 등이 대표적 사례다.
먼저 지난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도개선소위원회(소위)에서 합의된 기등재약 일괄인하 방침은 제약업계의 숨통을 트게 해줬다는 평가다.
소위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의 기존 방향을 사실상 포기하는 '일괄 인하 방식'에 합의하고, 3년에 걸쳐 7%(1년차), 7%(2년차), 6%(3년차), 총 20%의 약값을 깎기로 했다.
국내 모 제약사 관계자는 "애초에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이 효과에 견줘 약값이 높다고 판단되는 약을 급여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인하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이번 방침은 그간의 정책 방침을 180도 바꾼 것"이라며 "이번 계기로 업계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목록정비로 인해 약값이 크게 인하되는 품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 약물이나 복제약이 나와 약값이 이미 20% 깎인 특허 완료 약물은 가격 인하에서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량신약도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부분 약가 인하 대상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기등재의약품 경제성 평가방안보다 약가 인하 강도가 약해져 제약업체의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도 "올초 고혈압 목록정비 약가인하안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번 방침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리베이트 신고포상금제 소급 적용 폐지도 같은 맥락.
복지부는 5년 전 리베이트 행위까지 소급 적용되는 신고포상금제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여 신고포상금제 시행 이후의 불법 행위만 단속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사 모 임원은 "정부가 불도저식 정책을 펼쳐왔지만,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정책을 추진하는데 외부 압력, 장관 교체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임원은 "이유야 어찌됐건 이를 계기로 향후 제약업종이 예측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