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건강보험 통합은 한국의료제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기반이 됐으며, 보험료 징수의 형평성을 확대하는 등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 통합 10년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건강보험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건강보험 통합 이후 10년 ② 통합 이후 멈춰진 한국의료
③ 한국의료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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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는 건강보험 통합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급증하는 진료비 문제,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등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의료비 증가, 브레이크가 없다
의료비 증가는 이제 현실적인 당면 과제가 됐다. 2000년 12조9122억원이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액은 10년간 39조 3390억원으로 약 3배나 증가했다.
의료기관의 급격한 증가, 또 국민들의 의료이용률 증가,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보험료 인상 등으로 흑자재정을 유지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해는 건강보험이 1조억을 상회하는 누적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OECD 평균보다 국민의료비가 낮다는 비판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는 속도를 볼때 사라질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건강연대의 추계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민의료비는 9.21%로 2007년 8.9%인 OECD국가 평균수준을 넘는다.
특히 2015년엔 10.20%로 10.05%인 OECD국가 평균수준을 추월하고 2024년에는 16.08%로 OECD국가평균인 11.54%보다 4.54포인트 높아진다. 국민 1인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를 지출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건강연대는 "병상 수 과잉공급, 불합리한 진료비 지불체계, 과잉진료, 과도한 약제비 비중과 관리수단 없는 지출구조, 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고, 의료계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너지는 의료전달체계, 해법이 없다
경증환자들이 동네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을 향하고, 암환자들이 KTX를 타고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2001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 중에서 13.1%를, 의원은 32.9%를 차지했지만 2009년에는 상급종합병원이 15.9%로 점유율을 확장한 반면 의원은 22.8%로 급감했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는 의료비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10년간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제안됐지만, 실현된 것은 없었다.
단골의사제 도입, 의원 외래-병원 입원 중심 개편, 지역총량제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지만, 이해관계와 정부의 빈약한 의지로 인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추진된 것이 상급종합병원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올린 것. 복지부는 다시 7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인부담률 인상으로 인한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의료전달체계 개편 TF를 통해 새로운 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헛구호가 될 공산이 크다.
TF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이런저런 안들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정책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계에 부딪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건강보험 통합이 보장성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보장성 강화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비급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보장성이 증가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7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은 64.6%에 이르렀으나 2008년에는 62.2%로 떨어졌다.
특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이 주요 보건의료계 이슈로 등장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은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9년과 올해는 보장성이 지난 2008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위기에 처한 의료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