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이 부실해지면 부실한 의사들이 양산될 것이고 이러한 피해는 모든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한 기초의학자가 우리나라 기초의학의 현실을 개탄하며 모두가 힘을 합쳐 기초의학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목된다.
한희철 고려의대 생리학 교수는 대한의학회보 최신호 기고에서 "전국 기초의학교실에서 일하는 교수 1400여 명 가운데 의사는 900여 명이지만 젊은 기초의학자는 매우 적다"며 "이런 추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면허자가 급속히 줄어 기초의학 교육도 점차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의학적으로 쇼크상태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수혈을 하지 않으면 의식을 잃을 것이다. 기초의학이 의식을 잃는다는 것은 의학계의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한 교수는 "심각성을 기초와 임상 의사들 모두가 깨닫고 국민과 정부에 즉시 알려야 한다"며 "기초의학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의학이라는 학문이 다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특히 "의사가 기초의학을 전공하면 누구보다 즐거워해야 할 정부도 말이 없다"면서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그는 "미국은 기초의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과정을 만들어 의사 연구자 양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문제를 직시하기 보다는 의전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MD-PhD과정을 도입했다"며 "미국의 MSTP와 한국의 MD-PhD 과정은 이렇게 태동부터 다르다"고 비판했다.
의사국시에 기초의학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 없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 교수는 "기초의학협의회에서 국시원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잘 진행되지 않았다"며 "의사국가고시는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의사면허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기초의학지식이 없는 임상의학이 존재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