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한의사의 IPL(Intense Pulsed Light)시술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또 다시 의-한의계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의계는 "고법 판결을 계기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방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의사가 IPL레이저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판결을 번복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동부지방법원은 1심에서 IPL레이저를 치료에 이용한 한의사에게 유죄를 판결, 벌금형을 내린 반면 2심에서는 이와 달리 무죄판결을 내렸다. 즉, 한의사도 기미 등 잡티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의료기기인 IPL레이저를 치료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돼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향후 의료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는 대법원에 상고해 고법 판결을 뒤집겠다는 생각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단 2심 판결 이후 일주일 내로 담당 검사가 상고를 제기해야 대법원 판결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상고가 이뤄지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후에는 2심 판결을 뒤집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계는 한의학 고서에서 IPL레이저의 근원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며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의료계 내에서도 전공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미용성형 진료에 쏠림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한의사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반면 한의계는 일단 2심에서 승소, 현대의료기기 허용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은 “한의사가 IPL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논리를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도 자연광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했고, 그럴 말한 학문적 근거도 있는데 현대의료기기를 의사들만의 전유물로 제한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개원한의사협회 최방섭 회장은 "만약 대법원 판결에서도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의료계가 스스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셈"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복지부 측 또한 이번 법원 판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의 진료범위에 대해 의료법상 명시된 게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을 통해 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한 번쯤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 입장에서도 학문적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법원 판결 혹은 입법절차를 통해 정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