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병원 사이에서 다른 병원들의 '따라하기' 전략 때문에 골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이 힘들여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슬쩍 차용하는 네이밍이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 검색 기능을 이용, 네트워크 병원으로 유명한 몇몇 병원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네트워크 지점망보다 더 많은 유사 병원이 검색되기도 한다.
유형은 대개 네트워크 병원 이름 앞에 'The'나 'Top' 등 한 글자를 추가하거나 'OO병원' 이름 대신 'OO의원'으로 표기하는 경우다. '방배 OO병원'라는 식으로 이름 앞에 지역을 표기해 마치 지점처럼 가장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병원들은 비슷한 이름의 병원이 혹 의료사고 발생 등으로 전체 네트워크 병원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드림성형외과는 비슷한 이름의 병원 때문에 소송을 벌이는 등 골치를 썩고 있다. 드림성형외과는 특허청에 병원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한 상태.
드림성형외과 관계자는 "D안과가 비슷한 이름을 사용해 현재 소송 진행 중"이라며 "올 초에 사용 금지 판결을 받았지만 그쪽이 항소해 법적인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28개의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속편한내과의 관계자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이름을 차용한 병원 수는 무려 100여개가 넘는다"며 "소송을 하려고 해도 수 많은 병원을 상대로 시간·경제적 비용을 들여가며 하기란 힘들어 사실상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리즈산부인과도 '리즈여성OO'이나 '리즈OO', '리즈OO산부인과의원'과 같은 병원들 때문에 속을 썩고 있지만 법적인 대응을 못하기는 마찬가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법적 대응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네트워크 병원과 비슷한 네이밍 전략으로 슬쩍 무임승차하는 병원 때문에 환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속편한내과의 동대문 지점 원장은 "바로 5분 거리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병원이 있다"면서 속편한내과를 10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었는데 3년 전에 'OO속편한내과'라는 이름의 병원이 근처에 생겨 황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어느 병원이 진짜냐고 묻기도 한다"면서 "대개는 같은 병원으로 알고 환자가 가는 경우도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자를 추가하거나 변형해 병원 이름을 짓는 게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지역에 병원을 개설하는 등의 최소한의 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전국적인 네트워크망 구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피와 땀의 결과인데 이를 쉽게 얻으려는 병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혹 그런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 이미지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대응책이 없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앞으로 일간지에 협회 소속사를 밝히는 광고를 낼지 고심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