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 최창락 부회장의 전공의 노조 반대 의견에 앞서 노조 결성을 찬성하는 주장도 있어 향후 전공의 노조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윤형(순천향대 예방의학교실)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와 조한익 서울대의대 교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식지 ‘Young MD’ 5월호 기획 시리즈 ‘의사노조’ 기고문을 통해 전공의 노조 설립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윤형 의협 기획이사는 “병원에 고용되어 근무하는 의사는 분명 근로자로 볼 수 있으며, 전공의는 대법원에서 근로자로 판결을 받은 바 있으므로 우선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전공의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현행법상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윤형 이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1972년 의사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사건은 병원 경영자와 이사회가 HMO를 설립하면서 논의과정에서 의사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배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은 환자 진료에 앞서 미국의 다른 지역에 위치한 보험회사 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에 분개하여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의사 노조 결성이 시작됐다.
박윤형 이사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의료체계를 가진 미국에서도 70년대 이전부터 본격적으로 의사노조가 시작되어 미국의사협회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처음 노조를 시작할 때의 상황이 우리나라 오늘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고 소개했다.
박윤형 이사는 “우리나라도 이제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현행법체계 내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방법이다”고 주장했다.
조한익 서울대의대 교수도 ‘왜 의사노조여야 하는가?’는 기고문을 통해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국가가 의료에 개입해야 한다는 관리의료에 맞붙어야할 의사들이 그보다 더 낡은 관습 즉 전문직의 사회적 책무에 스스로 매달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구속하는 데는 의사들의 속된 허영심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조한익 교수는 이어 “의업은 생명을 보호하는 봉사 직업이고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숭고한 전문직이므로 법으로 배타적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든가 의사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고 자정할 수 있으니 의사와 의료에 간섭하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원칙에 매달리는 허영심과 오만으로 스스로를 구속하거나 사회적 구속에 동조하고 있다”며 “전문주의가 먹혀들어 가던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3년 전 의료파동 때 가슴 깊이 경험했는데도 똑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꼴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한익 교수는 “최선의 대처방법은 의사 단체의 협상능력이다”며 “의료를 둘러 싼 전방위 환경을 대상으로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협상을 하면서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일이 의사와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한익 교수는 의사 노동조합의 성격을 “의사 노조는 산업 노조의 장점을 토대로 의사 노조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어떤 성격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의 해답은 산업 노조의 조직에 전문직의 성격을 접목시킨 것”으로 규정했다.
조한익 교수는 이어 “의사 노조의 설립은 피고용자의 신분이 명확한 의사들(봉직의)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다”며 “개원의 노동조합은 설립이 어렵다 해도 봉직의 노동조합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개원의 협회 형태에 노동조합의 역할을 가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한익 교수는 ▲ 의사들의 임금 및 보수 관련 협상(고용주, 보험단체 대상) ▲ 진료 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 협상 ▲ 환자 및 법에 의해 침해 받는 의사의 권익 보호 ▲ 조합 구성원의 교육, 자율 감시 및 퇴출 ▲ 구성원들로부터 정보를 창출•제공•공유 ▲ 구성원 사이의 경쟁 및 재정적 다툼의 중재 ▲ 의사들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협상 전문가 양성 및 협상 전술 개발 등을 의사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