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를 앞두고 처방 실적 악화를 우려한 일부 제약사들이 타사 우수 영업사원(영맨)을 빼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수 영맨들의 타사 이동은 단순한 이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거래처도 함께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수 영맨들을 영입하려는 회사들의 속셈도 바로 이것이다.
이들 기업의 승부수는 현재 근무하는 회사보다 파격대우를 해주는 것. 바로 높은 연봉이다.
국내 중소 A사 관계자는 8일 "일부 제약사들은 쌍벌제 이전에 승부를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면 우수 영맨들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영입해 거래처를 뺏어가려는 움직임이 일부 회사에서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우수 영맨들의 연봉은 1억이 훌쩍 넘는다"며 "그보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이직을 유도하는 것은 쌍벌제 등으로 리베이트성 판촉 활동이 막히면서 신규 거래처는 물론 기존 거래처 유지도 힘든 현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소 B사 관계자도 "예전과 같은 (리베이트성) 마케팅은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우수 영맨 이직으로 거래처가 딸려온다면 거액의 연봉을 주고서라도 해 볼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가 실제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 때문에 우수 영맨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위제약사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국내 상위 C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수) 영맨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주는 곳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며 "회사에서도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흔들리기 마련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애사심을 강조하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다른 상위 D사 관계자는 이직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국적제약사를 제외하고 국내제약사 중에서는 자사만큼 제품력을 가진 기업이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영맨이 처방을 많이 이끌어낸다는 것은 친화력 등 본인 능력도 일정 부분 작용하겠지만, 상위제약사에 종사해 다양한 품목군을 보유하기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더 많다"며 "중소사에서 상위사 영맨을 빼간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무리 본인 능력이 좋아도 제품력이 열악한 곳에 가면 좋은 실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본인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동급의 상위사들이 손을 뻗었을 경우"라며 "특히 오리지널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유혹을 하면 대책이 없다. 국내 영맨들은 다국적사 영맨으로의 이직을 신분 상승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