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의 여파로 대학병원도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보내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카트를 들고 병원을 돌던 영업사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대신 장문의 편지와 함께 책을 선물하거나 의국의 소모품을 갈아주는 등 소소한 선물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A대병원 임상교수는 17일 "확실히 작년보다는 추석 선물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친한 영업사원들은 연일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깔끔하고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다수 교수들은 확실히 분위기가 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의 영업사원들까지 선물을 놓고 가던 관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실 잘 아는 사람들의 선물이야 거부감없이 받았었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영업사원들까지 선물을 놓고 가는 것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는 정말 정을 나누는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물에 대한 문화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 값비싼 선물세트를 대체해 정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선물들이 늘고 있는 것.
제약사에서 몸을 사리느라 선물에 대한 지원을 끊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영업사원들의 자구책이 색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B대병원 임상교수는 "한 영업사원은 벌써 일주일째 거의 매일 찾아와 책을 한권씩 놓고 갔다"며 "마지막 날에는 책에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더라"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별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편지를 읽어 보니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고 좋았다"며 "동료 교수와 함께 한참 그 영업사원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만 변했을 뿐이라고 지적하는 교수들도 있다. 암암리에 고가의 선물들은 여전히 돌고 있다는 것이다.
A대병원의 또 다른 임상교수는 "사실 파워있는 교수들의 방에는 아직도 선물이 넘쳐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말하자면 부익부 빈익빈이 된 것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매년 그나마 들어온 선물을 레지던트들에게 나눠주고 했었는데 후배들이 그 교수와 비교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