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맞은 의사 면허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만 하면, 그것은 평생 면허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주로 개원의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의대대학이나 병원에서 봉직하다 정년을 맞은 의사들은 나름대로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들은 여전히 진료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은퇴 의사의 현주소와 활용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상>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 <중> 녹록치 않은 '인생 2막'
<하> 은퇴의사 활용 지혜를 모으자
올해 의대를 정년퇴임한 C교수는 지난 5월 남성 성기능 전문 클리닉인 '최형기 성공의원'을 열었다. 그는 국내에 남성의학을 도입한 1세대 전문의 중 한 명으로 유명세를 탓던 그는 여러곳에서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비뇨기과 전문의인 아들과 함께 자신만의 병원만을 운영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개원을 선택했다. C교수는 "개원의가 되고 보니 모든 일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있지만 병원은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교수로 활동하다 정년을 맞은 이들은 대부분 임상 현장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또 일부는 모교 병원에 촉탁의로 일하기도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P교수, 한양대병원의 C교수 등 최근 들어 그 수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교수직은 65세가 되면 법적으로 은퇴해야 하지만 의사면허는 한 번 받으면 평생 면허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대 임상교수 중 정년퇴임 이후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잡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대부분 다시 청진기나 메스를 잡고 환자를 진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L교수는 "내과계열은 주로 개원을 택하고 수술을 잘하는 외과 교수는 촉탁의, 보직자 출신들은 얼굴마담 형식으로 봉직을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봉직을 선택한 은퇴 의사들이 받는 보수는 대략 300만~800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때문인데, 연금이 깎이지 않는 수준이거나 연금이 깎이더라도 더 이익이 되는 수준에서 임금이 책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새로운 일터나 직장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L교수는 "주변에서 진료 이외에 다른 일을 하는 이를 목격할 수 없는 것은 다들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생 이모작이 가장 어려운 전문 과목은 기초과목 교수들이다. 기초의학 분야에서도 매년 수십 명의 정년퇴직자가 나오는데 임상교수들과는 달리 일자리 잡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개업을 하거나 봉직을 한 이들도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다.3년 전 내과를 개업한 소화기내과 전문의 O교수는 "워낙 수가가 낮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현상유지도 힘들다. 처음에는 대학에 근무할 때 관리하던 환자들이 찾아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라며 "대학 간판만 믿고 개업했다가 실패한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촉탁의의 경우도 일정 부분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바로 계약이 해지되는 수모를 면키 어렵다. 지난해 H병원과 촉탁의 계약을 맺은 J교수는 약속한 수준의 수익을 내지 못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정년퇴임 후 다시 진료현장에 뛰어든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 의사들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한 40대 개원의는 "개원시장 포화로 갈수록 먹고살기 힘든데 정년퇴직자까지 가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2년 후 정년을 맡는 K교수도 "정년퇴임 하고 노는 선배를 한 명이라도 보는 게 소원"이라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시니어클럽 운영 방안과 관련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 김성규 전 세브란스병원장은 "정년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의료계의 고민도 많아졌다. 은퇴의사들은 젊은 의사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는 일"이라며 "향후 다양한 진로를 개발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