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약분업 시행 후 입원환자는 원내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외처방전 발행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원외처방 청구시 삭감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의원급에서 대학병원까지 10년간 지속된 이같은 딜레마는 결국 한 개원의의 소송으로 이어진 상태이다. 입원환자 원외처방 규정이 지닌 양면성과 올바른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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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사 자존심 걸고 외로운 소송> <2>삭감 위험 속 원외처방 증가
<3>누구를 위한 심사기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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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원외처방이 허용된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를 모르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의원급 원장이나 대학병원 교수들도차 “입원환자가 원외처방이 되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병상을 지닌 의료기관에 속한 임상의사라면 누구나 입원환자가 원하는 약이 없어 이를 구하기 위해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약제를 많이 구입하기 힘든 의원이나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진 환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원내 약제를 강요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 듯 입원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발행이 매년 증가해 한해 3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이 4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입원환자 원외처방전 발행 건수가 2006년 17만 3168건에서 2007년 23만 5151건, 2008년 26만 5891건, 2009년 29만 8604건, 2010년(상반기 현재) 15만 5875건 등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종별로는 구매 약제수가 적은 의원급과 중소병원이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뒤를 이었다.
일례로, 의원급의 경우 2006년 8만 6838건에서 2007년 11만 4025건, 2008년 12만 5342건, 2009년 14만 1855건, 2010년 7만 2864건 등으로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많은 약제를 구매하는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06년 5847건에서 2007년 7649건, 2008년 9161건, 2009년 1만 3232건, 2010년 8576건 등으로 전체 44개 병원으로 환산하면 5년 평균 130건에서 400건 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심사조정건 수를 보면 2006년 523건(0.3%), 2007년 1220건(0.52%), 2008년 2159건(0.81%), 2009년 4531건(1.52%), 2010년 2570건(1.65%) 등으로 삭감률은 미비하나 수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심평원도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채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내부적인 심사잣대는 삭감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한다.
급여기준부 김남희 차장은 “입원환자 원외처방을 허용하는 ‘불가피한 경우’를 규정하기는 어렵다”면서 “1회 청구는 가능하나 2~3회 이상 동일 환자에게 반복되면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삭감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다만, “입원환자가 의료기관에 없는 특정 약을 고집하면 의사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고 전제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한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아예 안된다고 답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원 원외처방전 발급 자체가 불가피한 경우”
삭감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병원들의 답답함은 더하다.
A 대학병원 보험팀장은 “청구 삭감률이 낮다는 것은 환자들의 민원을 염려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역으로 의료기관에는 ‘불가피한 경우’의 심사잣대로 언제든 불법 여지를 남겨둔 행정주의적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중소병원협회 권영욱 회장도 “대형병원에서 입원한 환자가 원내 없는 약을 원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의사가 입원환자 원외처방전을 발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의원은 “입원환자 원외처방의 현 규정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의 불편이 가중된다면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고의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다는 식의 편견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올바른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의원과 중소병원 뿐 아니라 대형병원 조차 보험적용 중인 현 상황이 언제 삭감과 환수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을 지닌 채 환자의 요구에 의해 입원환자 원외처방전을 발급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