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업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의약품 상한가를 지키려는 쪽(제약)과 깎으려는 쪽(병원)의 신경전이 치열하고, 여기에 중간자 역할인 도매상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좀처럼 실타래를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제도 초반 업계에 초래한 상황을 살펴보고,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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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약-도매상들 저가구매제에 혼쭐
<2> "제네릭 유죄, 오리지널 무죄" 푸념
<3> 국내 제약사 자생력 확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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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챙기려는 종합병원들의 제약사에 대한 압박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단 한번 입찰 경쟁만으로 80억원 가량의 신규 수익을 얻은 경희의료원의 사례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종합병원은 10월부터 시작된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로 인해 약을 상한가(기준가)보다 싸게 사 전년도보다 약제비를 줄이면 절감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100억원을 줄이면 70억원을, 200억원을 줄이면 14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싸게 살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병원측이 좀 더 싼 가격에 의약품을 사려고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 경희의료원 17% 할인율…울산대병원도 13%대 계약 체결
제도 시행 후 가장 큰 성과를 낸 병원은 도매업체로부터 기존 공급 의약품을 17% 싸게 구입하기로 계약한 경희의료원.
이 병원의 연간 원내 소요약 규모가 640억원 가량(경희대병원 370억원, 동서신의학병원 27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7% 할인으로 110억원 정도의 약제비를 전년도보다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경희의료원은 절감액의 70%인 약 80억원을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원측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내년 1월 의약품 재선정 작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 경쟁을 한 번 더 붙여 약값을 더 깎겠다는 심산이다.
병원 관계자는 "내년 1월 의약품 재선정 과정은 같은 성분 중 병원이 인정하는 더 싼 약이 있으면 교체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싼 약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첫 결과가 이렇자, 저가구매에 나선 병원들의 움직임이 과감해지는 모습이다. 경희의료원 입찰이 잣대가 된 것이다.
간단한 입찰 경쟁만으로 적게는 수십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최근 입찰 계약을 맺은 울산대병원(입찰 규모 350억원)도 13% 가량의 할인율로, 약 30억원의 신규 이익을 얻게 됐다.
이밖에 부산대·경상대·경북대·전북대병원 등도 저가구매 입찰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 경북대 등 일부 병원은 앞선 입찰에서 일부 품목만 유찰되거나 전 품목이 유찰되는 과정을 겪었는데, 공격적인 병원측 예정가격(예가) 제시 및 입찰 방식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제약계, 저가구매 압박 확산될라 '노심초사'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제약계는 저가구매 압박 움직임이 전 병원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추후 대형 병원들의 저가구매시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큰 불안요소라고 했다.
도매업체 K모 사장은 "경희의료원에서 예상치 못한 할인율이 나와 병원들의 움직임이 과감해졌다"며 "가뜩이나 저가구매제라는 칼 자루를 하나를 더 갖게 된 병원들이 경희 사례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 사장은 "더 문제는 삼성서울, 서울아산 등 큰 병원들이 본격적으로 저가구매에 나섰을 때"라며 "이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할수록 도매업체의 고심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병원은 영원한 갑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상위 모 제약사 임원도 "다국적사 오리지널이 기준가를 고수한다고 봤을 때, 높은 할인율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사 제네릭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토종 제약사만 죽어나게 됐다"고 걱정했다.